이숙희 시인 / 가시
산골 호박밭 잎은 말라가도 가시는 지치지 않고 호박 따는 농부를 바라본다
여름 무더위 서너 번의 기절 그 사이 눈치껏 열매는 살이 오르고 가시 등줄기는 독침으로 벌레를 잡는다
해도 기운이 빠지고 울타리 감나무도 노을처럼 호박도 노을처럼 화살나무도 노을처럼 서로를 바라보고 닮고 있다
농부는 장갑을 끼고 바짓가랑이를 장화 속에 넣고 잎을 밟고 줄기를 걷어내고 호박을 따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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