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성 시인 / 벽시계
매 순간을 일으켜 세상을 평정한 시간의 고요 굴뚝새보다도 어둠은 먼저 왔다 지금 너 홀로 이 오지를 찾아 온 것이냐 수천만 송이 매화 꽃송이로 무량하게 쏟아지는 이 장엄한 눈발을 산처럼 마주하러 온 것이냐
무엇을 듣고 있는 것이냐 외풍 센 벽에 등을 붙이고 홀로 넉가래로 적설을 밀듯 숨 막히는 적막강산을 밀고 가는 명료한 소리가 들리느냐?
내가 옳다면 내가 살 것이고 내가 틀리다면 내가 죽을 것이다 모든 시시비비를 집어 삼키고 한 걸음 한 걸음 초심을 지켜가며 행보를 늦추지 않고 영원불멸의 목숨을 낚는 저 시계의 한겨울 독행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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