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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종성 시인 / 벽시계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31.

이종성 시인 / 벽시계

 

 

        매 순간을 일으켜

        세상을 평정한 시간의 고요

        굴뚝새보다도 어둠은 먼저 왔다

        지금 너 홀로 이 오지를 찾아 온 것이냐

        수천만 송이 매화 꽃송이로

        무량하게 쏟아지는

        이 장엄한 눈발을 산처럼 마주하러 온 것이냐

         

        무엇을 듣고 있는 것이냐

        외풍 센 벽에 등을 붙이고

        홀로 넉가래로 적설을 밀듯

        숨 막히는 적막강산을 밀고 가는

        명료한 소리가 들리느냐?

         

        내가 옳다면 내가 살 것이고

        내가 틀리다면 내가 죽을 것이다

        모든 시시비비를 집어 삼키고

        한 걸음 한 걸음 초심을 지켜가며

        행보를 늦추지 않고

        영원불멸의 목숨을 낚는

        저 시계의 한겨울 독행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이종성 시인

1993년 《월간문학》 신인상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  『바람은 항상 출구를 찾는다』, 『산의 마음』 등과 포토에세이집 『다 함께 걷자, 둘레 한 바퀴』, 『지리산, 가장 아플 때 와라』 등이 있음. 수주문학상, 한국산악문학상 등을 수상. 현재 공간시낭독회 상임시인, 숲과 문화 연구회 등에서 활동 중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