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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조율 시인 / 빙점, 산비둘기 시계를 안을 *루하에게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5.

조율 시인 / 빙점, 산비둘기 시계를 안을 *루하에게

 

 

      고단하지 않으려고

      고단해져 그러면 내가 탄 얼음판은 기타피크만한 비행접시로 녹아들고 있다고 해야 하나.

       

      증발된 해무가 물안개로 물안개가 안개구름으로 줄넘기 무덤을 만드는 동안.

       

      꿈을 꿨지,

      조금은 수척해졌지. 디딤돌 같은 것을 걷어차며 키가 컸지.

       

      어느 날 쯤 거울에게는 결막염도 고백을 한다고 찾아오겠지.

      한참을 들여다보겠지,

      없던 털이 할미꽃처럼 자라고.

       

      거둬낸 염전 소금덩이 바깥,

      그러니까 도망간 도마뱀 속눈썹이라고 해야 하나.

      호호백발 물방울 털어내니 눈부신 새벽바람이 되고.

      한 동안의 장래희망은 이토록이 되는 것이야.

       

      떼어낼 것도 없던, 알갱이였을 때 아니 알갱이 이전이었을 어느 날 하루만.

       

      나는 그대라는 말 보단 그래라는 말이 좋아서,

      사실은 그런 날에 너랑 날뛰고 싶어서.

      아니, 울타리였으면 좋겠다.

      아니, 세려는 것이 터져버렸으면 좋겠다.

       

      아니, 세려는 것이 터져버렸으면 좋겠다고

      눈곱이 아니라 예고편처럼 찾아온다면 좋겠다.

      너는 왜 응을 여러 번씩 하니.

      응은 또 왜 웅이 되니.

      오늘은 이만, 아니 나도 오늘은 오늘이라서.

       

      루하: 하루를 반대로 읽는 말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조율 시인

1983년 인천에서 출생.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7년 윤동주시문학상 「동백꽃치마」당선. 2013년 《한라일보》에 당선되어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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