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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강서완 시인 / 검은 씨앗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5.

강서완 시인 / 검은 씨앗

 

 

벽으로 서 있는 색

선으로 닫은 색

 

언덕 넘어 언덕

더 이상 바깥은 없고

네모는 높아진다

 

허공은 가능성

그 숨결 속

보이지 않는 색

 

온기에 닿아야 한다

검은 씨앗에

이미 당도해 있는 시간

 

어둠은 싹을 품고

싹은 색을 품고

색은 형상을 품고

형상은 빛을 향한다

 

빛이 색을 날리고

색이 달리는 벽

 

선이 휜다

면이 열린다

네모가 출렁인다

허공에 스민다

 

비 개인 아침을 머금은

이파리의 자세

수평선을 바라보는

새의 눈동자

 

사방이 환하다

 

파도가

한 방울씩 날아가

하늘을 채우고

한 방울씩

잇달아 온 빗줄기

 

직선은 구름

면은 허공

네모는 물방울

시간은 공간

 

둥근 눈동자

둥근 꽃송이

둥근 심장

둥근,

 

색은 자유 하다

 

계간 『시산맥』 2017년 가을호 발표

 

 


 

강서완 시인

1958년 경기도 안성에서 출생.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2008년 《애지》신인상에 〈달의 내력〉 외 4편이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서랍마다 별』(지혜, 2016)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