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숙 시인 / 발바닥이 춤을 출 때
발은 다리가 밀어야 억지로 나갔고 갈 길을 모른 채 걸었다
길들의 제자리걸음, 딱딱하게 굳어가는 발끝의 지문
가본 적 없는 바닥 다져보기 밟아본 적 없는 시간을 옮겨보기
다녀간 모든 걸음이 길이 되고 있다. 지나간 모든 걸음이 걸어갈 걸음이 되고 있다. 다가올 모든 걸음의 방향으로
길목마다 표시해 놓은 이정표를 지날 때
땅이 발을 잡아당긴다. 허공으로 솟구치는 것 발이 땅을 잡아당긴다 바닥을 치는 것.
발가락 끝에서 생겨나기 전으로 이어지는 길들을 딱딱하게 다져지는 길들을 꺼내 놓는 굳은살
발은 첫발을 내딛던 그 느낌을 리듬에 담아 갈 길을 모른 채 걸었다.
어떤 직립은 발가락 끝에서 생겨나는 음표 같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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