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율 시인 / 빙점, 산비둘기 시계를 안을 *루하에게
고단하지 않으려고 고단해져 그러면 내가 탄 얼음판은 기타피크만한 비행접시로 녹아들고 있다고 해야 하나.
증발된 해무가 물안개로 물안개가 안개구름으로 줄넘기 무덤을 만드는 동안.
꿈을 꿨지, 조금은 수척해졌지. 디딤돌 같은 것을 걷어차며 키가 컸지.
어느 날 쯤 거울에게는 결막염도 고백을 한다고 찾아오겠지. 한참을 들여다보겠지, 없던 털이 할미꽃처럼 자라고.
거둬낸 염전 소금덩이 바깥, 그러니까 도망간 도마뱀 속눈썹이라고 해야 하나. 호호백발 물방울 털어내니 눈부신 새벽바람이 되고. 한 동안의 장래희망은 이토록이 되는 것이야.
떼어낼 것도 없던, 알갱이였을 때 아니 알갱이 이전이었을 어느 날 하루만.
나는 그대라는 말 보단 그래라는 말이 좋아서, 사실은 그런 날에 너랑 날뛰고 싶어서. 아니, 울타리였으면 좋겠다. 아니, 세려는 것이 터져버렸으면 좋겠다.
아니, 세려는 것이 터져버렸으면 좋겠다고 눈곱이 아니라 예고편처럼 찾아온다면 좋겠다. 너는 왜 응을 여러 번씩 하니. 응은 또 왜 웅이 되니. 오늘은 이만, 아니 나도 오늘은 오늘이라서.
루하: 하루를 반대로 읽는 말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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