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령 시인 / 밤의 각(角)
안이 텅 빈 난 바깥으로 뾰족 합니다. 모서리가 답입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도 답입니다. 바깥 표정으로 안을 볼 수 있나요. 잠깐 다녀간 당신들도 둥글지 않습니다.
검푸른 고독에 각이 생겨요. 밤낮으로 내가 아닌 나와 대면하는데 왜 우리의 답안지엔 사선만 남나요. 별의 표정은 어느 계절의 첨부 인가요. 부피를 잃어가던 밤은 당신의 호명에 누구나의 깊이로 본문이 됩니다.
답을 찾느라 잠 들 수 없다는 건 나와 당신들의 습관성 오독입니다. 밤은 우주의 낮이고 정(正)은 반(反) 너머의 궤적 인가요. 난 어느 궤도쯤에서 당신이 됩니까. 당신은 나의 바깥입니까 안입니까. 너무 먼 나와 너무 가까운 당신은 늘 첨예한 질문입니다.
누벼 이은 별자리가 수천의 물음표로 반짝이는 이 밤, 금서목록에 골똘한 우린 우주의 어느 끝점에서 나인가요 당신 인가요. 당신 인가요 나인가요.
계간 『애지』 2018년 겨울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경철 시인 / 꽃천지, 감기 (0) | 2019.04.14 |
---|---|
마종기 시인 / 解剖學敎室(1) 외 2편 (0) | 2019.04.14 |
정선 시인 / 근처를 앓다 외 1편 (0) | 2019.04.14 |
이재연 시인 / 자연으로부터 외 1 (0) | 2019.04.14 |
이향란 시인 / 건축학적 아픔 외 2편 (0) | 2019.04.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