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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령 시인 / 밤의 각(角)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4.

이령 시인 / 밤의 각(角)

 

 

안이 텅 빈 난

바깥으로 뾰족 합니다.

모서리가 답입니다.

질문을 위한 질문도 답입니다.

바깥 표정으로 안을 볼 수 있나요.

잠깐 다녀간 당신들도 둥글지 않습니다.

 

검푸른 고독에 각이 생겨요.

밤낮으로 내가 아닌 나와 대면하는데

왜 우리의 답안지엔 사선만 남나요.

별의 표정은 어느 계절의 첨부 인가요.

부피를 잃어가던 밤은 당신의 호명에

누구나의 깊이로 본문이 됩니다.

 

답을 찾느라 잠 들 수 없다는 건

나와 당신들의 습관성 오독입니다.

밤은 우주의 낮이고 정(正)은 반(反) 너머의 궤적 인가요.

난 어느 궤도쯤에서 당신이 됩니까.

당신은 나의 바깥입니까 안입니까.

너무 먼 나와 너무 가까운 당신은 늘 첨예한 질문입니다.

 

누벼 이은 별자리가 수천의 물음표로 반짝이는 이 밤,

금서목록에 골똘한 우린

우주의 어느 끝점에서 나인가요 당신 인가요.

당신 인가요 나인가요.

 

계간 『애지』 2018년 겨울호 발표

 

 


 

이령 시인

경북 경주에서 출생. 2013년 《시사사》 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2015년 한중작가 공동시집 『망각을 거부하며』출간. 현재 웹진 『시인광장』 부주간. 동리목월기념사업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