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시인과 시(현대)

박성현 시인 / 걷다가 멈추면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26.

박성현 시인 / 걷다가 멈추면

 

 

걷다가 멈추면 당신이 쏟아졌다.

쏟아진 당신은 밀가루 풀처럼 희멀건 했다.

식물원에서 진고개까지 걷다가 멈추면

늦은 봄이었다. 두 번의 겨울이 가고

청계천에서 발꿈치가 갈라졌다.

백태 낀 발꿈치를 보면서 당신은 한참을 웃었다.

걷다가 멈추면 손바닥에 꽃씨가 흥건했다.

먼 곳까지 날아간 당신을 주워와 책갈피에 꽂았다.

걷다가 멈추면 옛날의 계절이 쏟아졌다.

걷다가 멈추면 별비처럼 당신이 흘러내렸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박성현 시인

2009년 《중앙일보》신인문학상을 통해 등단. 시집으로 『유쾌한 회전목마의 서랍』(문예중앙, 2018)이있음.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역임. 서울교대 출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