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림 시인 / 느낌
이렇게 바람이 심한 날이면 느낄 수 있어 사랑은 저로 절절이 몸을 흔드는 나무와 같다는 걸 그 나무 작은 둥지에 새끼새를 품고 있는 어미새와 같다는 걸 그런 풍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우리 두 마음이란 걸
여림 시인 /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
종일, 살아야 한다는 근사한 이유를 생각해 봤습니다. 근데 손뼉을 칠 만한 이유는 좀체 떠오르지 않았어요.
소포를 부치고, 빈 마음 한 줄 같이 동봉하고 돌아서 뜻모르게 뚝, 떨구어지던 누운물.
저녁 무렵, 지는 해를 붙잡고 가슴 허허다가 끊어버린 손목. 여러 갈래 짓이겨져 쏟던 피 한 줄. 손수건으로 꼭,꼭 묶어 흐르는 피를 접어 매고 그렇게도 막막히도 바라보던 세상. 그 세상이 너무도 아름다워 나는 울었습니다.
흐르는 피 꽉 움켜쥐며 그대 생각을 했습니다. 홀로라도 넉넉히 아름다운 그대.
지금도 손목의 통증이 채 가시질 않고 한밤의 남도는 또 눈물겨웁고 살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 있고 싶습니다.
뒷모습 가득 푸른 그리움 출렁이는 그대 모습이 지금 참으로 넉넉히도 그립습니다.
내게선 늘, 저만치 물러서 저 혼자 살아가는 세상이여, 풀빛 푸른 노래 한 줄 목청에 묻고 나는 그대 생각 하나로 눈물겨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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