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상상인〉 신춘문예 당선작 혜원 시인 / 윤곽
당신은 손의 윤곽이 열쇠와 닮아서 아침에 손을 떨어뜨린 사람
내 손은 정오의 구멍처럼 환하고 V자로 깎아 낸 아홉 개의 벤 자리와 여덟 개의 이가 있는 당신의 열쇠는 부드러운 곡률을 갖고 있어서 우리는 쉽게 통과하네 타인의 주머니에 쉽게 손을 맡기고
열쇠를 만지듯 가볍게 만지작거리고
백 년 동안 열쇠가 녹고 있지
녹은 자리가 예뻐서 당신이 또 손을 어루만지면
너무 헐거워
당신은 한 번도 내 손을 열지 못했지 다른 손이 필요하다고 믿었지 윤곽이 녹아서
백 년 동안 열쇠만 깎았지
당신을 이해하기 위해 내가 한 일은 최선을 다해 손을 오므렸던 일
손을 펴면 열쇠의 깎은 자리가 사라지고 내 주머니에서 손이 사라지고
주머니에 타인의 열쇠가 가득하네
어느 날 모르는 손 하나를 쥐면 자물쇠의 깊이만큼 긴 구멍이 생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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