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시인 / 횡천橫川
시냇물이 옆으로 흘렀네 마을에 식자가 있어 횡천이라 불렀네 시냇물 따라 버드나무가 자라고 버드나무는 새와 구름 불러왔네 냇가에 작은 술집도 생겼다네 술집에서 나온 사람들이 옆으로 걸었네
횡천 거슬러 올라가면 푸른 학 날아다니는 청학동이 나온다네 시절이 하 수상해지면 순한 사람들이 청학동에 들어와 살았네 사나운 도적들 찾아왔지만 나무꾼이 되거나 더 깊은 산으로 갔다네
횡천에 다리가 놓이고 시장이 섰네 길이 포장되고 자동차가 다니기 시작했네 사람들도 앞만 보고 걸었네 구불구불 길도 직선으로 바뀌고 논도 밭도 바둑판 되었다네 사람들은 직선을 숭배했다네
그러든 말든 횡천은 옆으로만 흘렀다네 횡천 가로질러 그물이 쳐 있었으나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네 밤 강물에 일월성신 희미하게 보였지만 그건 누구도 잡을 수 없는 물고기라서 마을 사람들 본체만체 지나갔다네
이창수 시인 / 금동이
친구가 진돗개 새끼 얻어왔다 후배는 귀 보고 순종이 아니라고 했다가 친구에게 면박당했다 중학교 건물 짓는 인부들에게 고기 얻어먹었다 자립을 아는 개였다 친구와 후배는 빳빳한 꼬리 보아 순종이라 하고 풀어진 눈과 처진 귀로 보아 잡종이라며 다툰다 휘파람 불어 금동이를 불렀다 꼬리 세운 금동이가 머리 내밀었다 근친상간이 순종 만드는 개의 역사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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