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수환 시인 / 각
소쩍새를 울리는 것은 슬픔인 줄 알지만 슬픔 아니다 각이었던 것
조팝나무를 흔들고 있는 것도 바람인 줄 알지만 바람 아니다 각이었던 것
15도쯤 삐들어진 각
그래서,
나는 과녁을 향해 활시위를 힘껏 끌어당긴다
-시집 『그 사람』 2012
안수환 시인 / 구름 냄새
구름을 만드는 것은 햇빛과 바다와 풀잎과 그리고 거센 바람의 손짓일 거다
별을 만드는 것은 추락과 몰입 혹은 더욱 아득한 욕망의 파편일 거다
힘든 날 내 눈꺼풀을 열고 나온 구름 냄새
바람 부는 날 다시 내 눈꺼풀을 열고 날아가는 것 골이 띵한 것
꽃 없네
꽃 있네
안수환 시인 / 하강시편 1.2.3
1::: 나는 언덕 위에 집을 짓지 않겠다 남보다도 먼저 구름을 쳐다보고 먼 들판에 서 있는 물을 굽어보는 오만이 밤마다 내 몸을 핥고 다니며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만들 테니까
2::: 예배당 첨탑을 보더라도 갈밭 개개비의 집터를 보더라도 개구멍을 보더라도 본의 아닌 높은음자리의 능멸로써 심히 어지럽힌 땅 이 철면피! 혹은 노예근성
3::: 폭포여. 그대 내 집을 찾아오려거든 단숨에 마음을 쏟아 버린 후 저 자잔한 물가의 미풍 앞으로 오라 풀잠자리의 외출을 본뜨고 있는 또다른 절벽 앞으로 오라
<동학시인선 78>(동학사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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