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연 시인(익산) / 고(蠱)
독충들을 그릇에 넣어 서로 잡아먹게 하면 최후 살아남은 독충은 가공할 독을 갖게 되는데 이를 고라 하고, 투기하거나 저주하는 이가 있어 오동나무 목각인형에 그의 이름과 사주를 적어 주술을 건 다음, 고를 그의 주변에 풀면 소원을 이룰 수 있는데 이를 무고(巫蠱)라 한다
실록은 없지만,
독충들을 그릇에 넣어 서로 잡아먹게 하면 최후 살아남은 독충의 독이 사라지는 족속도 있다 독으로 해독하는 독, 잃어버린 독 대신 독을 가진 것들을 잡아먹는 습성을 갖게 되는 이 고는 독성을 품은 것의 몸속을 파고들어 서서히 독을 갉아먹는데, 독성을 다 잃으면 죽고야 마는
그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김다연 시인(익산) / 소리 없이 그리다
모른다, 얼마나 울어야 할지 어떻게 울어야 할지, 어렵기만 한 울음의 방식
액자 자국만 남은 사진을 보며 울고 망치 소리만 들리는 못 자국에 우는 울음
물감을 짜 마구 덧칠하는 허방 같다
유리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맺혔다 흘러내리는 물의 변주처럼
속울음 번지는 저물녘
맨발만 남은 신발들을 늘어놓고 먼지 낀 소파 밑 바둑알을 늘어놓고 즐기던 프로를 틀어도
닦이지 않는 얼룩 하나
까르르, 아랫집 웃음소리가 뜸 들이는 밥 냄새로 올라올 때 라면이라도 끓여야지,
거울 속에 들어앉아 웃는 연습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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