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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신혜솔 시인 / 끼어들다 외 1건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7.

신혜솔 시인 / 끼어들다

 

 

그때

 

바다보다 더 깊고 푸른

하늘 위로

때리던 중

 

느닷없이 다가와

까마득히 멀어진 시간을

퍼질러놓고 가는

바람

 

상촌면

민주지산로

49번 국도변 감나무길엔

까치밥이 주렁주렁

눈송이 펑펑 쏟아져 쌓인

꼬불꼬불 도로 위로 떨어뜨린

그 겨울의 비애

 

계절을 잊은 도시의 하늘로

풍덩

위로가 끼어든다

 

 


 

 

신혜솔 시인 / 연습

 

 

생각 없이 내던져진 한마디 말이

허공을 맴돌다 내게로 다가와

가슴 후비며 파고든다

뼈마디를 깎는 듯한 고통으로

꽃이 된다

 

삶을 함께한 죄 값으로

지그시 눈감고 흘려보낸

그 부대낌의 시간들

어느새 푸른 이끼 되어

텅 빈 마음속을 채우고 있다

 

혼자가 아니기에

많이 흐느꼈던 날들을

행복했다 할 수 있을까

앞만 보고 걷는 발자국

그 뒤를 따라가며

말과 생각과 웃음을 잃은채

뛰어가는 내 모습

그 안에 또 다른 내 모습이 보인다

 

살아있다

고통 속에 핀 꽃은 늘 향기롭듯이

살아있기에

살아가 것을 연습하는

숨 가쁜 하루

 

 


 

신혜솔(愼慧率) 시인

1960년 서울 출생. 경희사이버대학원에서 미디어문예창작 전공. 2001년 <문예와 비평>으로 작품활동. 2003년 시집 <햇빛약국>, <오래된 수첩>, <템페스트>. 현재 한국가톨릭문인회. 한국시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