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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차순 시인 / 가을 한계령 외 1건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12.

김차순 시인 / 가을 한계령

 

 

억새풀 아우성 하늘 받쳐 든 한계

으스스 푸른 혼불 바람으로 머물고

피멍든 낡은 메아리

온몸으로 가을이다

 

고열로 삭은 살내 고사목을 꽃 피운다

겹겹이 신기루로 골짝길 포복하는

긴 세월 생목숨 달군 넌,

하나의 예술 祝典

 

祝典의 고갯마루 한뎃잠 자던 낮달

따가운 푸른 속살 설핏 설핏 목 내밀고

부르튼 날카로운 허공

맘껏 밟고 서있네

 

 


 

 

김차순 시인 / 가포찻집, 샹송이 흐르는,

 

 

단풍차를 마시는 언덕 위 맷돌찻집*

왈가닥 루시 아줌마* 껄껄한 목소리로

구수한 수제비를 뜬다 꿈 한 사발 빚는다

 

풍물패 북채 옆 찢겨진 창으로

자꾸만 작아지는 해안선을 그리며

진하게 물감을 푼다 바다를 만든다

 

찻잔 속 시월상달 색종이로 접던 밤

해 갈수록 깊은 파고 커져가는 느낌표

가을엔 샹송을 듣는다 고엽*을 부른다

 

*경남 마산 가포바다 언덕 위 ‘맷돌’ 찻집의 여 주인 별명

*프랑스 대중가수 ‘이브 몽땅’이 불렀던 샹송

 

 


 

김차순 시인

1957년 경남 마산 출생. 창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시조문학> 신인상 등단. 18년만에 시조집 <지금은 부재중> 발간. 한국시조시인협회, 경남시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열린시학회 회원. 시조문학 신인상(2001년). 현재 기독교방송<c채널 앱라디오 카라멜>에서 '시조엘의 길 위의 냉수마찰'과 잠언으로 여는 세상> 프로그램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