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혜 시인 / 콩밥 먹다가 - 딸아이에게
저녁밥 짓는데 넣으려는 검정콩 한 줌 물에 불렸는데도 단단하다 어디 단단한 슬픔이 있던가? 콩은 뜨거운 입김 만나 순해지다 쌀 속에 숨어 차진 콩밥 만들었다 콩밥을 싫어하여 콩만 골라내던 눈 맑은 그 아이 생각에 목이 메고 잊고 살았던 슬픔의 오장육부에 검은 콩알들 산탄처럼 박힌다 아이는 그해 여름 길 위에서 콩 꽃처럼 피었다 떨어졌다 무심히 콩밥 담는 저녁밥상에서 다시 만나는 검은 화인火印 여태 너 나하고 살고 있었니? 내 안에서 너, 콩처럼 살고 있었니? 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죄인이었는데 너 묻고, 나는 평생 콩밥 먹는 슬픔이었는데
-시집 『스피노자의 안경』, 고요아침, 2007.
정다혜 시인 / 행복한 이기주의자의 탄생
늘 물어보셨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행복하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던져 놓곤 했다 "응!"
생각할 필요조차 없었다
늘 원하는 것을 늘 바라던 것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선택했기때문에
늘 물어보셨다
뭐가 그리좋은지 무엇 때문에 행복한지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을 던져 놓곤 했다 "그냥~ 다!"
나의 선택엔 이유가 없었다
좋아하는데는 이유가 없었다 늘~
나를 그 고요한 눈빛 그 깊은 심연속에 담아 핑크빛 사랑으로 물들이던 엄마의 선택엔 늘 이유가 있었다 너만 좋으면 되었다 너만 행복하면 그걸로 다~ 되었다.
엄마의 선택은 나를 행복한 이기주의자로 만들었다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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