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종 시인 / 휘파람새 소리는 청량하다
한적한 숲길, 휘파람새 소리에 나뭇잎들 일순 귀를 모아 고요다
다람쥐가 상수리를 까듯 누구에게나 삶엔 목적이 있다, 거기에 의미의 씨앗을 심는 것은 자신이라고 말하는 인생론들의 륙색을 벗고 앉는 자리
발끝에 걸린 백리향의 향기를 탑재한 휘파람새 소리에 나는 바람자락을 여며 고요다
내게 경쟁과 속도의 시간은 관념이었다 내가 하찮거나 사소한 만큼의 내 크기로 숲길에서 개암나무 열매 몇 개를 주우며 듣는 경이의 전언이란
특별하고 참된 삶에 대하여 따지지 않는 휘파람새 소리는 다만 청량하다는 것
말할 수 없어 말하지 않는 사랑과 외롭고 쓸쓸한 숲길은 여기 있어 고요다
계간 『시인시대』 2022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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