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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황외순 시인 / 소금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16.

황외순 시인 / 소금

시간을

담금질하자

바람의

각을 얻자

발바닥을

간질이는

웃음도

지루해

새하얀

꽃이 필 때까지

반짝이는 길몽들

 


 

황외순 시인 / 비듬, 일원론적인

추궁을 하기 전에 변명이 시작된다

횡설수설 흐린 초점 과녁을 빗나간다

눈빛들 오가는 길목 개의치 않는다

맞장구가 없어도 저 혼자 소란스럽다

속마음 들킬수록 말꼬리 더 치올린다

단박에 입 다물도록 덜미를 콱 잡고 싶다

 

-시집 <단편 같이 얇은 나는>에서

 

 


 

 

황외순 시인 / 응급실의 사적私的감정

 

 

달려오는 구급차 사이렌과 경광등 사이

발을 잘못 디뎠나, 목련이 툭 진다

허공은 영문도 모를 낯빛으로 흔들리고

 

저젓거리 난봉꾼의 행패 같은 비명을

다독이는 링거주사, 깃을 접는 병상들

졸음도 잠시 그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생각을 지탱하던 중력이 사라지자

소독약 냄새처럼 부유하는 희멀건 봄

발랄한 민들레 깃털에 발 슬쩍 올리고 싶다

 

-《나래시조》 2021. 여름호

 

 


 

황외순 시인

1968년 경북 영천 출생. 2012년 동아일보와 부산일보 신춘문예 시조 당선으로 등단. 시조선집으로『단편같이 얇은 나는』(고요아침, 우리시대 현대시조선 143)이 있음. 제3회 나래시조 젊은시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