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외순 시인 / 소금 시간을 담금질하자 바람의 각을 얻자 발바닥을 간질이는 웃음도 지루해 새하얀 꽃이 필 때까지 반짝이는 길몽들
황외순 시인 / 비듬, 일원론적인 추궁을 하기 전에 변명이 시작된다 횡설수설 흐린 초점 과녁을 빗나간다 눈빛들 오가는 길목 개의치 않는다 맞장구가 없어도 저 혼자 소란스럽다 속마음 들킬수록 말꼬리 더 치올린다 단박에 입 다물도록 덜미를 콱 잡고 싶다
-시집 <단편 같이 얇은 나는>에서
황외순 시인 / 응급실의 사적私的감정
달려오는 구급차 사이렌과 경광등 사이 발을 잘못 디뎠나, 목련이 툭 진다 허공은 영문도 모를 낯빛으로 흔들리고
저젓거리 난봉꾼의 행패 같은 비명을 다독이는 링거주사, 깃을 접는 병상들 졸음도 잠시 그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생각을 지탱하던 중력이 사라지자 소독약 냄새처럼 부유하는 희멀건 봄 발랄한 민들레 깃털에 발 슬쩍 올리고 싶다
-《나래시조》 2021.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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