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화 시인 / 개구리주차 좌충우돌 경차가 인도와 차도에 반쯤 걸쳐 개구리 주차를 한다 내가 하긴 버겁고 남주긴 아까운 애인을 경계할 때 그냥 친구로 지내자는 것은 한쪽 발은 친구라는 명목 아래 이별의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지지 않기 위해 걸쳐 놓은 받침목이다 아래로 내리지 못한 바퀴의 미련과 위로 올리지 못한 바퀴의 소심함이 공평한 기울기를 흥정한다 적당한 거리는 안정감을 주기에 자신을 속이고 교묘히 핑계를 만들어 단속을 피해 왔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타협점의 경계에 놓아둔 한쪽 발이 왜 이리 불안하고 설레는지 함부로 쏟아낸 열정에 배신당하고 얻은 견인할 수 없는 엉거주춤의 과태료는 얼마일까 오늘도 단속을 피해 개구리주차를 한다 -월간 『우리詩』 (2020년 5월호)
김건화 시인 / 이팝에 들다
어색한 밥상 마주하고 뒤늦게 털어놓는 고백 시린 마음 안고 동네 어귀까지 왔다가 안개 속 발걸음 되돌린 적 많았다고
김건화 시인 / 우울한 허밍
환절기 감기 같은 파파라치 물비린내 풍기는 은밀한 달빛처럼 붐비는 동성로 걸어 보아도 저문 신천 강물 옆구리 끼고 달려도 나를 유배시키는 작은 섬이다 몸 안 깊숙한 곳에 잠복해 있다가 비 오는 어두운 골목길 돌아설 때 늦은 시간 혼자 차가운 밥을 먹을 때 꾸역꾸역 목젖을 누른다 내 손에 닿지 않는 후미진 골짜기 그대만이 달래줄 수있는 울적한 어른아이가 가끔 출구를 찾지 못한 새인 양 유리창에 이마를 부딪는다 -계간 『문예감성 』 (2022.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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