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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공채 시인 / 노기자 (老記者)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18.

정공채 시인 / 노기자 (老記者)

 

 

늙은 기자하고

술을 들면

이야기는 길다.

봄비는 느리게 오던가.

장마는 오래 내리던가.

우리가

여기서 술을 마치면

아마. 다른 골목을 길게 돌아서

이차를 할 거야

자유주의자

당신의 긴 이야기는

아직도

멀었다.

이제 겨우 묘종을 심는데

불과할걸세.

 

 


 

 

정공채 시인 / 성평리

 

 

삼천포에서 다도해 뱃길 남으로

남빛을 쪼개면서

노저어 돌면

바른편엔 내내 표고 구백의 산자

소오산 치맛폭에 펼쳐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그늘 노량 바다

성평리는 보이지 않는다.

 

어떻게 하동군 고전면의

성평리가 보일 것인가!

남빛 그 좋은 바다도 뒷전으로 놓아둔

달을 먼저 보는 저쪽 산맥의 돌담투성이 성평리

크나큰 별을 따는 고향이거늘···

 

바다는 계집년 너풀대는 치마라,

큰 산을 뒤로 앉히고

방정맞은 소요는 마을에 오지 말라!

 

겨우 한 모퉁이 노량을 터서

좋은 인심을 동냥하면 주는, 서로 앉은

성평리

 

별을 따려고

큰별만을 재고 있는 천년의

바닷뒤 큰 산 저쪽의 그늘빛 성평리

 

삼천포에서

내내 전설처럼 다도해를 돌아도

성평리는

영영 보이지 않는 마을로 앉아있다

 

 


 

 

정공채 시인 / 찬불이하동가(燦不二河東歌)

 

 

하동이 어디냐고 묻지 말게나

하동땅 어떠하냐 묻지 말게나

산수 좋고 인물 좋고 풍광도 으뜸일세

 

신라의 최고운도 화개동 지리산

고려조 이인로도 청학동 기렸다

 

하동아 내 하동아

상사의 우리 하동아

하동포구 팔십 리는 어디 간들 그만일세

 

하동아 둘도 없는 不二名鄕이여

한 郡鄕 안에 지리산 섬진강 한려수도

이름난 山과 長江 바다도 거느렸네

하동아 우리 故鄕 三抱의 不二鄕아

 

방장산 제일승경 네가 품었고

가야국 7공자도 네가 안았다

화랑도 수련도장 細石平田에

한국 最長 不一長瀑도 네 이마에 있다

 

文武의 不二鄕도 바로 여길세

정기룡의 호랑이소리 번득이는 長劍소리

하동에서 태어나고

정여창 푸른 志槪도 不二河東 정신일세

 

하동아 靑竹에 풍광도 고운 하동아

악양 화개 청암 적량 옥종 북천 횡천이여

양보 고전 진교 금남 금성이며 하동평야여

大智異 長蟾津 燦露梁 산과 강과 바다여

 

하동이 어디냐고 묻지 말게나

하동땅 어떠냐고 물지도 말게

하동은 둘도 없는 不二鄕일세

 

人物도 人心도 물어 무엇하리

하동아 우리하동 아름답고 영원하라

 

 


 

정공채(鄭孔采) 시인 (1934.∼2008.)

1934년 경남 하동군 출생. 연세대 정외과 졸업. [현대문학]에 <종(鍾)이 운다>(1957), <여진(女眞)>(1958), <하늘과 아들>(1958) 등이 추천되어 등단. 1957년 이래 부산일보ㆍ학원ㆍ민족일보 등의 기자를 거쳐 1968년 조선맥주 선전부장 등 역임. 동인지 [시단(詩壇)] [현실]의 창간 동인이었고, 1973년 동인지 [목마시대]를 발간. 1998년 현대시인협회 제15대 회장 역임. 현대문학상, 시문학상, 문학협회상,편운문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