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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남철 시인 / 목련에 대하여 1 외 2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19.

박남철 시인 / 목련에 대하여 1

 

 

많은 승객과 함께

플랫폼에 들어서는 기차를 보고

역사 저

 

너머 전봇대 옆에서

개 한 마리가 짖고 있다.

 

개는 짖기를 마쳤다는 듯

이번에는 전봇대 옆에다

 

오른쪽 뒷발을 들고

무슨 짓을 하고 있다.

 

그러더니 개는

왼쪽 뒷발을 들어 자신의

귀때기를 세차게 몇 번

 

때리고는

온몸을 한번

부르르 떤 다음

 

땅바닥을 킁킁 냄새 맡으면서

쭐레쭐레 어디론가로

 

가고 있다.

많이 사나운 개이다……

 

(쩝……)

 

 


 

 

박남철 시인 / 사자獅子

-모교의 교정에서

 

 

 

내 앞발에 박힌

이 깊숙한 가시를

 

핥다가 나는 이따금

부릅뜬 눈을 들어, 핥

야 이 개새애끼들아

 

내 머리, 오 이 구름같은 불

 

내 머리 내 이 머리에 온통 뒤덮인

이 저주받은 이 성난 갈기, 핥

 

야 이 개애자식들아아아 ----

 

 


 

 

박남철 시인 / 명태에게

 

 

명태야......

명태야......

 

아니, 병태야......

 

반항을 하려거든 똑바로 해라......

왜 애꿎은 나를 보고 자꾸 그러지이......

 

니 친구 동태보고 그러든지, 아니면

니 작은 황태보고 그러든지......

(북어보고 그러든지)

 

병태야아,

병태야아,

 

네 이, 생떼야아......

(네 이, 대가리에 피도 채 안 마른 놈아......)

 

 


 

박남철(朴南喆) 시인(1953-2014. 61세)

1953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同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 1979년 《문학과 지성》 겨울호에 시 〈연날리기〉 외 3편을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집 『지상의 인간』와 『반시대적 고찰』, 『러시아집 패설』와 『자본에 살어리랏다』 『바다 속의 흰머리뫼』 『제1분』과 시선집 『생명의 노래』와 박덕규와의 공동시집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와 박남철 비평시집  『용의 모습으로』 (청하, 1990)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