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인 시인 / 모래의 시학(詩學)
꽃이 머금은 시를 받아 적네 유리새 유리알 노래를 시간의 옷 속 켜켜 눌러둔 바위의 시 억년 바위의 침묵을 나, 꺼내어 베껴 쓰고 있네 가을비 허공을 그어대며
나 좀 봐 나 좀 봐봐
숨길 듯 숨길 듯 슬쩍 내보이는 연하게 빗금 치고 있는 비의 발자국을 사물의 모서리들을 스캔하네 저기 저 절로 고운 것들의 말씀을 모래알들의 귀엣말을
김추인 시인 / 사하라의 신기루
오는 이 가는 이 없이 사막 가시나무 제 그림자에 묻는다
“저기 물위, 범선 한 척 오는 거 보이지?”
김추인 시인 / 떠도는 오감도(烏瞰圖) ㅡ호모사피엔스의 환(幻)
참을 수 없는 무거움을 잊기 위해 더 걷어내야 할 가벼움이 있습니까 갑옷을 벗어던지기 위해 더 보태야 할 무엇이 있습니까
몇 개 자모음을 토해 까마귀 울음으로 조합된 그녀의 기둥서방은 아직 날개 다 자라지 못한 직박구리의 시詩, 갑甲의 무거움을 죽어라 좇고 좇는 을乙 말인데요 도로의 방식으로 잿빛 하늘을 질주하는 발이 없는 새는 열세 번째 새가 맞습니까
세상은 무서워하는 아이와 무서운 아이 둘 뿐입니다*
생의 트랙은 견고해서 동에서 서로, 다시 서으로 서으로 팽팽 도는 일과성의 질주방식일까요 상자 바깥이 안 보이는데요 죽어서야 온전히 무화될 서열의 키 죽어서야 온전히 벗을 의식의 갑옷 지상의 모든 오늘이 출구가 부재한 까닭이란 거. 맞습니까?
열세자리의 길다란 전동차를 끌어다 침상에 눕히고서야 바다의 문이 열리는 지 비로소 미역밭을 유영하는 알몸, 순결한 내 꿈속의 그녀일까요
* 이상의 ‘오감도’ 차용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문충성 시인 / 바닷바람 외 2편 (0) | 2023.05.20 |
---|---|
이운진 시인 / 바다 옆의 방* 외 2편 (0) | 2023.05.20 |
최현선 시인 / 바람난 가족 외 1편 (0) | 2023.05.20 |
송용탁 시인 / 구우 (0) | 2023.05.20 |
정진규 시인 / 슬픔- 알 44 외 2편 (0) | 2023.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