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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송용탁 시인 / 구우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0.

송용탁 시인 / 구우

 

 

날숨조차 비명이었어

 

더 이상 숨은 해를 잡으려

목을 공중에 매달거나

범람하는 기분을 손목에 모으는 꿈도

빗속을 달리는 기억을 쫓아 첨벙거리거나

 

맨살이 갈라지는 마른 날 위해

우산의 살을 모두 발라버린 날

 

나는 매일 훌륭하게

무럭무럭 죽어가고 있었어

 

폭우 속을 달리는 사람처럼

헝클어진 생각을 동여매지도

흔들리는 신발들 모두 완성하지 말아야 했어

나비매듭을 풀고 날아가는 사람처럼

 

가끔 구름 사이 반짝,

내 옆면을 자르는 눈부심을 기억해

 

다만, 생리도 해 본 적 없는 네가

내 피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혼자 놀다 지치면 나눠줄게

 

흐르는 것들은 어디서 끝나는 걸까

그 많던 비의 줄기들

모두 어디에 모여 웅크리고 있을까

 

썩지 않는 마음 같아서

저기 도망치는 관객들과

비를 연기하는 사람이라서

젖지 않는 마음들과

월간 『모던포엠』 2022년 8월호 발표

 

 


 

송용탁 시인

1977년 부산에서 출생. 국립창원대학교 국어교육전공 석사 졸업. 202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남구만신인문학상, 518문학상 신인상, 직지신인문학상. 포항소재문학상 대상, 황토현 시문학상 입선 수상. <문학동인 VOLUME> 회원.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