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용탁 시인 / 구우
날숨조차 비명이었어
더 이상 숨은 해를 잡으려 목을 공중에 매달거나 범람하는 기분을 손목에 모으는 꿈도 빗속을 달리는 기억을 쫓아 첨벙거리거나
맨살이 갈라지는 마른 날 위해 우산의 살을 모두 발라버린 날
나는 매일 훌륭하게 무럭무럭 죽어가고 있었어
폭우 속을 달리는 사람처럼 헝클어진 생각을 동여매지도 흔들리는 신발들 모두 완성하지 말아야 했어 나비매듭을 풀고 날아가는 사람처럼
가끔 구름 사이 반짝, 내 옆면을 자르는 눈부심을 기억해
다만, 생리도 해 본 적 없는 네가 내 피를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 혼자 놀다 지치면 나눠줄게
흐르는 것들은 어디서 끝나는 걸까 그 많던 비의 줄기들 모두 어디에 모여 웅크리고 있을까
썩지 않는 마음 같아서 저기 도망치는 관객들과 비를 연기하는 사람이라서 젖지 않는 마음들과 월간 『모던포엠』 2022년 8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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