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성 시인 / 바닷바람
삶이 고달프면 바닷가로 나오라 그곳이 동해거나 서해거나 남해거나 제주 바다가 아니어도 좋다 수평선은 희미하지만 짙푸르지 않아도 언제나 눈 떠 있고 상관없다 흰 구름 두어 점 거느린 파란 하늘 새파랗게 부는 파란 바람 부글부글 불타는 가슴 어루만져줄 바닷바람 한 자락만 있으면 그래 아무 바닷가에 가게 되면 그때 그대여! 말라르메에게로 도주하라 한글로 꿈꾸며 노래하라
문충성 시인 / 첫 봄비 내리는 날의 기억
꽁꽁 얼어붙었던 하늘아 참았던 울음 탁 터놓아 엉킨 실타래 풀려나가듯 내리는 솜털 같은 첫 봄비 하늘아, 조금 성급했니? 무지개도 먼 산에 걸어두고 봄바람도 먼 들판에 재워놓고 꽁꽁 얼어붙었던 땅아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거라 가슴속에 키워온 모든 슬픔의 씨앗들 죽어 살던 고통의 뿌리들 연초록 빛으로 꽃 피어나게 하라 솜털 같은 첫 봄비 내린다 온갓 새들아비 내리는 하늘로 파닥파닥 모두 나래 활짝 펴 날아오르라 새봄 새파랗게 찢어놓아라 이승의 끝을 절룩여온 봄바람아 무지개야 하늘 가득 차오르라 봄 나비들아 나를 깨워내다오 저 아득히 먼 연두빛 기억 속에서
문충성 시인 / 섬 하나가 만딱
섬 하나가 만딱 감옥이었주마씸 건너가지 못 허는 바당은 푸르당 버청 보는 사람 가슴까지 시퍼렁허게 만들었쑤게 희영헌 갈매기들 희영허게 날곡
눈치 보멍 보말이영 깅이영 톨이영 메역이영 해당 먹엉 살았쑤게 총 든 가마귀들은 불타는 중산간 마을서 시커멍허게 날곡
밤이믄 산폭도들 쳐들어오카 부덴 숨도 제대로 못 쉬었주마씸 하늘님아 하늘님아 하늘님까지 누렁허게 무서웠주마씸 경해도
경정 살아난 볼레낭 아래서 꿩 새기 봉그곡 불탄 자리엔 고사리들 왕상허게 크곡 구렝이들 허물 벗는
석석헌 바름에 눈이 시령 4월 바름 어디선가 자꾸 불어왕 연둣빛으로 꺼꾸러지곡 연둣빛으로
무싱거마씸 자유가 어디 있었쑤강 죽음이었주마씸 섬 하나가 만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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