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서 시인 / 서울 갤럭시
잔별들은 미르의 먹이다 물속에 미르가 있다 공간을 가둘 수 있는 자만이 이룩하는 직선의 마천루 붉은 경광등이 번뜩인다 시간이 풀렸다가 감긴다 방재실의 잿빛 시큐리티 요원들은 비상구와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의 작동을 점검한다
금빛 비상구는 빅뱅로 첨탑에 봉인되었다 255층 내실에는 양키 캔들이 커튼과 춤사위를 벌이고 있다 위험을 감지한 AI가 전송하는 코드블루 one 코드블루 one 에어 락을 건다 매뉴얼에 따른 미르가 물속에서 공중으로 몸집을 키운다 불과 물의 노래가 첨탑을 유영한다 체류 기록과 유언의 혀를 미르 입속으로 쏙 들이민다 미르 눈을, 눈을 떠 꼭 안아 줘야 해 우주에 정박하던 미르는 오랫동안 스스로 말하지 못했다 스스로 두 눈을 할퀴다가 핥는 미르는 풀리고 잠기기를 반복하는 뫼비우스의 띠 미르 어디 있니 너의 여의주는
거리는 세트장처럼 버티고 있다 무너진 첨탑 위로 국토부 장관 고시의 붉은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땅으로부터 솟아있던 금빛 뫼비우스와의 접촉을 일절 금지합니다-
해체당한 미르가 녹슨 별빛 하나 없는 갤럭시의 강변으로 추락했다
계간 『미네르바』 2023년 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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