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림 시인 / 사람 지나간 발자국
아름다워라 나 문득 눈길 머물러 그것의 고요한 소리 보네 누군가가 슬쩍 밟고 갔을 저 허리 잘록한 소리 한참 살다 떠난 부뚜막 같은 다 저문 저녁 같은
-시집 <시절하나온다, 잡아먹자>(창비) 中
이경림 시인 /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
7월이 왔다. 뭔가 또 다른 한 획이 그어지는 날인 듯하다.
정치적으로는 대선 예비경선과 본 경선을 거치며 난무할 흑색선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할게 뻔하고, 코로나19 방역으로 백신 접종률은 높아가도 아직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듯 홍대발 원어민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하고,
장마철이 다가오고 무더위와 매미의 울음도 기다리고 있는 계절.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가볍게 시집을 한 권 펼쳐든다.
-시집 <내 몸속에 푸른 호랑이가 있다>에서
이경림 시인 / 안 -푸른 호랑이 20
1 미이이이이 저 ---쪽에선 한생 날개만 짰네 돌부리 같은 어둠을 풀어 한 올 한 올 짰네 거기가 어디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칠흑이었다고 어느 거대한 나무뿌리 밑이었다고 흙과 흙 사이 투명한 무슨 껍질 속이었다고 한정 없는 하루였다고....... 어느 날, 내가 짠 날개가 겨드랑이에서 요동쳤네 알 수 없는 힘이 나를 끌고 위로, 위로 솟구쳤네 나, 그저 날개를 따라왔네 와서, 이녁이 되었네 이녁의 울음이 되었네 한 이레 울다 간 날개가 되었네 2 이 밤, 나 어느 집 방충망에 붙어, 안을 보네 저 환한 속...... 어느 생인지...... 인간의 아이 하나가 뒤뚱, 걸음마를 하네 식구들, 해바라기처럼 둘러앉아...... 야아...... 저 풍경! 어느 생에선가 본 듯도 해 저 파르스름한 얼음 빛 불 속은 너무 낯익어 나도 몰래 미이이이이...... 울음이 새는데, 그때, -- 야! 매미다! 누군가 소리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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