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 / 수평의 힘
나는 수면 속에 물고기처럼 잠겨서 나를 건져 올리지 못하네
빗방울 속으로 흐르는 여린 풀잎들이 슬픈 레퀴엠의 악보처럼 뛰어오르는데
요만큼만 차 오른 물결처럼 내가 허공 속으로 자꾸 점프를 해도 내 그릇은 요만한 크기의 빈 공기
내 창밖에서 유리창을 두드리며 달려가는 빗방울 소리, 소리의 발자국들
아득한 강 저 하구를 안고 도는 물안개와 산그늘을 덮고 있는 구름의 입술들 그 입술들의 수런거리는 숨소리 만큼 내 호흡이 머물고 있은 이 지상 내 작은 님프가 살고 있는 이 영토
나는 물고기처럼 수면에 가라앉아서 나를 건져 올릴 수가 없네
계간 『시산맥』 201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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