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고치 김신혜 시인
비료를 먹고 환해지고 있다 더부룩한 기분에 휩싸여 움직일 수 없다
자기 몸집만한 상자에서 웅크린 채 자고 있는 개 한 마리 일인분의 기분
이 광택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탈피를 부추긴다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라붙은 번데기들처럼 껍질이 벗겨지고 날개가 돋고
전구에 불이 켜진다 번데기가 끓고 있는 냄새를
참기 위해 입덧을 하고 누군가를 속이고 실뭉치를 토해낸다
곤충도감의 세계에서 한 단계씩 기대를 저버리는 일 기념일을 건너뛰는 일
책에 깔린 벌레가 버둥거리는 방향으로 습기가 찬다
출구를 잊어버린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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