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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경철 시인 / 꽃천지, 감기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4.

이경철 시인 / 꽃천지, 감기

 

 

   꽃샘바람 추위 속 온종일 꽃구경하고 들어와 누우니

   밤새 신열 나고 허공에선 윙윙거리는 소리가 난다.

 

   이 꽃 저 꽃 뺨 부비던 벌 나비들 귓바퀴 속 들어와 부산한 소리.

   꽃천지 더불어 이 몸과 마음을 돌리는 봄의 엔진 소리.

 

   언젠가 큰 배 타고 먼 바다로 나가다 기관실에 들어가 듣던 소리.

   첫사랑 처음 손잡았을 때 손가락 끝까지 쿵쾅거리던 가슴속 소리.

 

   하르르 하르르 지는 꽃잎들

   간다는 말도 못 이르고 오소소 먼 우주로 떠나는 소리.

 

   생각들 흐릿하게 빠져나가는 꼭두새벽 텅 빈 머릿속

   저 먼데서 휑하게 들려오는 천지간 엔진 소리.

 

계간 『미네르바』 2018년 여름호 발표

 

 


 

이경철(문학평론가, 시인)

동국대 국문과와 同 대학원 졸업. 1990년부터 《현대문학》, 《한국문학》 등에 다수의 현장비평적인 평론 발표, 2010년 《시와시학》으로 시인 등단. 저서로는 『천상병, 박용래 시 연구』 『미당 서정주 평전』 등과 시집 『그리움 베리에이션』등이 있음. 현대불교문학상, 질마재문학상, 인산시조비평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