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15154 강서완 시인 / 사과와 도마뱀과 벽 강서완 시인 / 사과와 도마뱀과 벽 엽서에 든 사과를 바람 한 줄기로 읽었군요 당도를 가늠하는 저울이 형체를 허무네요 붉은색을 흔들어 바닥에 쏟는군요 아무리 바닥을 쳐도 사과는 사과, 도마뱀이 제 꼬리를 물고 여름을 달려요 허물어진 입자가 모래시계를 뒤집어요 한여름에 쏟아진.. 2019. 2. 13. 조길성 시인 / 혼자 두는 바둑 외 1편 조길성 시인 / 혼자 두는 바둑 돼지고기를 삶으면서 저녁 비 내립니다. 하수는 겁이 없고 고수는 변명이 없다며 검은 돌을 쥐고서 어둠이 내립니다. 끈 없는 구두에 질끈 끈을 동여매며 오시는 저녁입니다. 흰 돌이 부족해서 어쩌나 걱정하시며 낙숫물 듣는 저녁입니다. 살아 있는 유리창.. 2019. 2. 13. 김선미 시인 / 아무도 없는 마을 아무도 없는 마을 김선미 시인 헬멧을 쓰고 갔어 눈코입이 모인 사람끼리 몰려다니면 유령이 될 거 같지 않았거든 친구끼리 가족끼리 연인끼리 굴리거나 구르기를 좋아하는 것을 쓰고 다니는 건 어쨌든 기분 좋아지는 일이지 머리가 굴러다니는 상상을, 세상 어디든 갈수 있을 것 같아 .. 2019. 2. 13. 김택희 시인 / 사진의 방식 사진의 방식 김택희 시인 흑백으로 다가가 마주하니 색상 선명해지네 실제와 기억의 간이역 돌아 나올 수 없는 틀 안의 질문 반사된 빛은 내가 모르는 경계 깜박이면 안 된다고 했지 빛이 좋아 가만히 서 있었어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아 예견은 보이지 않는 암부 뒷모습의 문장이지 빛의.. 2019. 2. 13. 이서화 시인 / 고양이 자리 고양이 자리 이서화 시인 춥고 어두운 빈 상가 옆 고양이 자고 간 자리가 따듯하다 체온을 스스로 끓이고 덜어놓고 간 자리 미온(微溫)이라는 말은 가느다란 몇 가닥 열선 같은 수염 자락 잡동사니들의 틈 나뭇잎, 버려진 천 조각들도 체온이 있을 때가 있다 고양이가 웅크렸던 자리마다 .. 2019. 2. 12. 임지훈 시인 / 쌤소 쌤소 임지훈 시인 쌤소가 굴러간다. 삐뚜름하게 굴러간다. 가지 않으려는듯 굴러간다. 의지박약으로 굴러간다. 적재의 볼록한 기억도 따라간다. 바퀴는 휘어져 팔자를 그리면서 구르고 있다. 김포공항을 힘에 부쳐 나이트가 튕겨나간 쌤소 쌤소만 굴러간다. 광고판 속의 쌤소나이트는 조.. 2019. 2. 12. 김언 시인 / 방황하는 기술* 김언 시인 / 방황하는 기술* 친구가 있고 여자친구가 있으며 토론이 있고 회합장소가 있다 내가 하룻밤 묵었던 호텔이 있고 매음굴이 있으며 유치원이 있고 가끔 쉬어가는 벤치가 있다 학교로 가는 길이 있으며 장례를 지켜보는 무덤들이 있다 지금은 잊혀진 유명한 카페가 있고 한번은 .. 2019. 1. 22. 신달자 시인 / 발 1 외 1편 신달자 시인 / 발 1 기성화(旣成靴)를 샀다. 누굴 위해 만들어진지도 모르는 것에 순응하는 발 누구를 위해 마련된지도 모르는 길을 나의 집도 아닌 집으로 익숙하게 돌아가는 발 스스로를 헌신(獻身)하여 상실(喪失)되는 회수(回收)할 길 없는 흔적을 남기며 나의 방(房)도 아닌 안개서린 .. 2019. 1. 19. 황지우 시인 / 95 청량리―서울대 외 1편 황지우 시인 / 95 청량리―서울대 기껏 토큰 한 개를 내미는 나의 무안함을 너는 모르고 졸고 있는 너의 야근과 잔업을 나는 모르고 간밤엔 빤스 속에 손 한번 넣게 해준 값으로 만 원을 가로채간 년도 있지만 지금 내가 내민 손 끝에 광속(光速)의 아침 햇살, 빳빳하게 밀리고 있구나 참 멀.. 2019. 1. 4.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중에서 / 이외수 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중에서 이외수 사랑은 인생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마음의 산물이다. 부분적이고 순간적인 사랑을 갈구하지 말고 전체적이고 영속적인 사랑을 갈구하라. 그대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상에서 가장 높은 존재로 평가할 때 그대의 사랑은 천상에 이르.. 2009. 4. 26. 이전 1 ··· 1260 1261 1262 126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