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순 시인 / 토렴
펄펄 끓어 입천장 데었다면 어떻게 너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을까
토렴한 순댓국밥 후루룩 마시면 내 안의 쓴맛 단맛 오롯이 살아온다 자극에 찌든 혀끝 살살 깨우며 오래전 놓쳐 버린 시간이 서서히 살아온다 맞잡았던 손바닥에 온기가 퍼지고 목구멍에 걸려 있던 피로가 꿀떡 넘어간다
구수함이 살아난다 왁자한 시장통이 살아난다 뜨거움에 가려진 감칠맛이 확, 살아난다 오래된 그때가 모락모락 살아난다
내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진 얼룩까지 찬찬히 읽어 내는 너와 나는 토렴한 사이 수굿하게 서로의 어깨를 토닥이며 천천히 살아가는, 만날수록 뼈 속까지 우러나 진국이 되어 가는, 어미고래가 새끼를 톡톡 치며 물 위로 올려 숨구멍을 열어 주듯
ㅡ『시작』, 2022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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