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빛나 시인 / 방 탈출
한탕하고 싶었을까, 폼나게 오늘을 살아본 적 없어서 탕진하기 좋은 밤처럼 폭 싹
너는 짐 빠져나간 배낭 같다
피로한 한숨이 앙상한 쇄골에 걸려 바둥거리고 어두워서, 저 혼자 용감해지는 암막 커튼 뒤에 숨어 코인 지수가 웅덩이에 풍덩 할 때마다 왼쪽 머리를 쥐어뜯는다
누구나 매혹당하는 동안에는 방 탈출은 쉽지 않아서
너에 대한 연민이랄까 피의 끌림이랄까
손을 내밀자 산 중턱을 넘어가는 목소리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고 한다
먼저 올라왔다고 길을 다 아는 건 아니어서 어쩌면 냉정한 사랑으로 대신 길을 걸어줄까도 생각하지만 내 피가 흐르다 멈추는 듯하다
심심해서, 희한한 기적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과 능한 위장으로 기분 띄워주는 일이 많다는 변명의 금고는 열지 말아야 하는데 황금꼬리도 구차스러우면 쇠줄이 된다는 걸
언제고 놓았다는 너는, 놓지 못하는 애착 하나를 껴안고
웹진 『시인광장』 2023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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