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시인 / 비가 외 2편
여정 시인 / 비가 비가, 하루종일 내린다. 비가, 사람들의 발목을 자르고, 비가, 사람들의 무릎을 자르고, 비가,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고, 키 큰 나무들만 머리통만 바꼼히 내밀고, 비가, 키 큰 나무들의 머리통을 출렁출렁 씹어 삼키는 비가, 고층 빌딩의 허리를 자르고, 비가, 고층빌딩도, 숲은 산도, 출렁출렁 씹히고 씹히는 나날들, 비가, 별을 삼키고, 비가, 태양을 삼키고, 비가 무지개여 안녕..... 여정 시인 / 셋방에는 셋방에는 해, 하면 달, 하고 달, 하면 해, 하는 부부가 산다 셋방에 해와 달이 동시에 떠 있고 비마저 내리는 날 사물들은 투명한 날개를 움직이며 힘차게 날아오른다. 천둥소리 들리는 벽, 벼락맞은 거울, 셋방에는 불, 하면 물, 하고 물, 하면 불, 하는 부부가 깨진 거울 ..
2023.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