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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15158

신철규 시인 / 커튼콜 외 2편 신철규 시인 / 커튼콜 파라솔도 없이 의자가 햇볕을 받고 있다 누군가 읽다 만 책이 그 위에 뒤집혀진 채 놓여 있다 파도는 금세 의자를 덮칠 것이다 무지개 색 공을 주고받던 연인들 재잘거리며 파도와 장난치던 아이들 모래무덤 속에 들어가 누워 있던 사람들 발자국만 무성하게 남아 .. 2019. 3. 18.
우원호(禹原浩) 시인 / 詩人 우원호(禹原浩) 시인 / 詩人 우주를 동경하는 지구의 그 어느 외로운 生생의 방랑자가 있어 그가 불확실한 우주의 미래를 바라본다 우주(宇宙) 안의 모든 사물들은 불안정한 시간 앞에 멈춰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지구는 공전한다 조물주가 그러하듯 그의 마음 또한 호기심이.. 2019. 3. 18.
현대시의 미학을 파종하는 언어의 재구성자 현대시의 미학을 파종하는 언어의 재구성자 ㅡ천성옥론 권성훈 (문학평론가, 경기대 교수,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 1. 현대시는 의미 전달 기능보다 언어 자체의 감각적 자질을 지향한다. 시대에 부합하게 발달된 시인의 언어적 미감은 시적 형식을 통해 절제와 균형의 사유들의 표정을 .. 2019. 3. 18.
나금숙 시인 / 퇴행 외 1편 나금숙 시인 / 퇴행 무서운 꿈을 꾸었어 난간 위에서 급류 속으로 떨어지려는 네가 제발 나를 잡아 줘 제발 나를 놓아 줘 라고 속삭일 때 내가 놓아버린 손 끌어올릴 힘이 없는 나는 허리를 꺾어 온몸으로 끌어당겨도 힘이 딸리는 나는 등 뒤로 지나가는 그림자들에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 2019. 3. 17.
김연아 시인 / 나의 애인은 푸르스름한 말과 함께 있네 김연아 시인 / 나의 애인은 푸르스름한 말과 함께 있네 새벽 세시, 자동차 헤드라이트 빛이 내 어둔 방을 훑고 지나갈 때 나는 수집되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시간으로부터 새어 나와 밤을 가로질러 오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의 가슴을 찢어놓는 어떤 미소 시간의 정점에서 다른 무엇이 .. 2019. 3. 17.
황주은 시인 / 난나 바나나 황주은 시인 / 난나 바나나 의류수거함에서 토끼털 코트를 꺼내 입고 당신을 만나러 가지 머리에 바나나를 얹으면 난나 바나나 금세 머리칼이 굵어져 난나 바나나가 되지 눈을 가늘게 뜨고 당신을 만질 때 노란 잠수함이 된 기분 그 기분이 바로 난나 바나나 상념을 벗기고 당신을 먹어 .. 2019. 3. 17.
송종규 시인 / 인문학적 독서 송종규 시인 / 인문학적 독서 <중세>에 닿을 수 있는 방법은 당신의 책 속에 있다 그러나 당신이 증언하지 않는 어떤 모서리들의 각도 때문에 당신의 문장은 열리지 않는다 그것은 회중시계나 낡은 의자처럼 고지식해서 나는 공중을 떠돌거나 초원의 코끼리처럼 유랑할 수밖에 없다 .. 2019. 3. 16.
안정옥 시인 / 내가 안정옥, 하고 불러 줄 때가 있어 안정옥 시인 / 내가 안정옥, 하고 불러 줄 때가 있어 상심에 지친 몸 속 한 부분이 가득차서 무슨 말이든 내게 간절하게 해주고 싶었어 우선 뚜벅뚜벅 아닌 출렁출렁 걷고 있는 나를 불러 세워야 된다고 생각 했어 이 자식아, 그건 아닌 듯 해 정옥아, 나는 나와 그렇게 살갑지는 못해 남이 .. 2019. 3. 16.
문설 시인 / 바람박물관* 외 2편 문설 시인 / 바람박물관* 외 2편 나무와 나무로 지은 집 나무지붕 사이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나무로 된 벽 사이사이로 봄꽃들이 보인다 고요만이 오롯하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것이 어색해서 가만히 눈을 감는다 집 중심에 서서 붉은 명정(銘旌)을 두른 나무 관(棺)이 보인다 장의사를 하.. 2019. 3. 16.
최서림 시인 / 그 남자네 집 최서림 시인 / 그 남자네 집 상주나 영주 옛 고을에나 있음직한 그 집에서는 아내 이름을 따 능소화를 ‘서향’이라 부른답니다 오래된 담벼락 옆 은행나무를 감고 올라가 온 동네 창문마다 붉게 물들이는 서향이, 그 집 사람들을 닮아 한겨울에도 노을처럼 뜨겁게 피고진다고 ‘사랑꽃.. 2019. 3. 15.
허은희 시인 / 안대를 풀던 날 외 1 허은희 시인 / 안대를 풀던 날 간다 그곳엔, 내일도 간다 나는 단골손님 나를 주워 기른 주인이 있는 곳 오늘은 손님이 먹다 남긴 삼겹살에 밥을 볶아주겠다고 했다 나는 단골손님 최고의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미소를 지었다 당당히 먹으라고 바닥에 떨어진 수저도 쥐어주었다 언제나 처.. 2019. 3. 15.
성백선 시인 / 빙산 외 1 성백선 시인 / 빙산 겨우내 난독증에 걸려 아무것도 읽어내지 못했다 결국 무수한 소문들만 더 양산했다 불면이 똬리 틀 때, 아무도 자기 말을 들어주지 않아 늘 개를 안고 다니는 이웃집 여자처럼 혼자 중얼거리다가 웃곤 한다 어둠 한가운데서 회갈색빛 심상이 빛난다 어디서부터 시작.. 2019. 3.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