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과 시(현대)15158 황려시 시인 / 모월, 모시 모월, 모시 황려시 시인 다급해진 수수밭엔 앉을 치마가 없어 스르륵 오줌 맛을 본 뱀, 수숫대가 달다고 소문을 낸다네 제 살을 다 먹어치운 안개는 헛웃음만 드러내지 빨간 다리를 든 뱀파이어는 바닥을 보이며 짠 하고 웃어라 트윈인지 싱글인지 내 침대를 건드려봐 급소를 알아내면 안.. 2019. 3. 7. 김은옥 시인 / 죽음으로 향하는 말도 있다 외 5편 김은옥 시인 / 죽음으로 향하는 말도 있다 습관처럼 질주하던 말이 오늘도 이십 사 시간 불 밝히는 식당을 기웃거린다. 말끼리 한 잔 또 한 잔에 속내를 트림하는 말 위장의 쉰내는 우리들의 말을 서로 반복하게 한다 서로의 냄새에 무척 민감한 어미 다른 말들 뒷발에 걷어차인 소리로 언.. 2019. 3. 6. 려원 시인 / 프렉탈, 프렉탈 프렉탈, 프렉탈 려원 시인 한 걸음 뒤로 한 걸음만 더 그런 다음 똑바로 정교하게 짜인 시간의 단면들 세포 하나가 구름 한 다발씩 피워 올린다 과거ㆍ현재ㆍ미래가 한 떨기의 별 은하계라면 뇌는 우주다 유성우는 찬란한 눈물 같아, 눈망울에 고이는 밤바다와 은하수 우주정거장으로 퍼.. 2019. 3. 6. 김은옥 시인 / 끝나지 않는 질문 끝나지 않는 질문 김은옥 시인 저 몸은 누구의 몸인가 꿈속의 꿈속까지 따라 들어와 누워있는 저 아가리에서 살모사가 꼿꼿이 고개를 들고 배밀이 하며 나온다 번뜩이는 살기 두 줄기 어둠 같은 혀가 독기를 품고 오래된 질문을 날름거린다 저 꽃은 누구의 독인가 누가 뱉어놓은 독설인.. 2019. 3. 6. 이혜미 시인 / 로스트 볼 이혜미 시인 / 로스트 볼 나는 당신이 내버렸던 과실, 검게 타들어 가던 달 속의 씨앗, 단단한 씨앗에 갇혀 맴돌던 비명. 마음을 가질 새도 없이 이리저리로 몰려다니다 아득한 벼랑 속으로 빠져드는 것만을 꿈이라고 불렀지. 언제 무너질지 몰라 두근거리던 방향만을 가지에서부터 다시 .. 2019. 3. 5. 고주희 시인 / 검은 저녁의 우화(寓話) 검은 저녁의 우화(寓話) 고주희 시인 부용 꽃차 붉게 물드는 식탁의 시간 채집이 끝난 아이들 우르르 몰려온다 한 명쯤 없어져도 눈치채지 못할 의자 아래 고인 물웅덩이 지나 손가락만 한 의혹들 음지로 퍼진다 동전의 앞면에서 시작된 길 갈림길의 뒷면에는 떠오르는 손금이 없다 장마.. 2019. 3. 5. 강태승 시인 / 삼척서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 2 삼척서천 산하동색, 일휘소탕 혈염산하 2 三尺誓天 山河動色, 一揮掃蕩 血染山河 강태승 시인 이슬이 칼에 떨어지자 금세 끝으로 흘러 맺힌다 소나기 아무리 퍼부어도 연잎을 적시지 못하듯이 연꽃이 빗방울을 한입 물고 싶어도 모든 빗물은 뼈를 읽지 못하고 하늘 높이 반론하고 마는 .. 2019. 3. 5. 한명원 시인 / 낮과 밤 한명원 시인 / 낮과 밤 - 부적 주머니 속은 항상 꾸벅꾸벅 졸았다. 점쟁이는 아이에게 태양을 그려 주머니에 넣어 주라고 했다. 손가락이 졸리거나 차가울 때 아이는 주머니에 손을 넣고 태양을 만졌다. 왼쪽 주머니에서 오른쪽 주머니로, 오른쪽 주머니에서 왼쪽 주머니로 태양은 옮겨 다.. 2019. 3. 4. 정운자 시인 / 치매라는 캐러멜 치매라는 캐러멜 정운자 시인 내 이름은 츄잉츄잉 부르기 쉽고 말하기 쉬운 캐러멜 나 아닌 것에게 가려고 맨발로 용쓰다 보니 점점 기억이 안나, 무슨 말을 하려던 건지 방금 무엇을 했는지 우울한 안절부절의 옷을 부여잡고 나로부터 달아나려는 창문, 너머 단물 빠진 발바닥이 휘청거.. 2019. 3. 4. 금란 시인 / 자세가 만들어낸 자세 자세가 만들어낸 자세 금란 시인 나라고 부를 수 없는 곳에 물구나무로 서있다 거꾸로 보는 하늘은 멀고 아득하지만 구름에 뚫린 구멍은 선명하다 정수리가 바닥을 뚫을 기세로 더 깊이 박힌다 얼굴에 붙어 있던 딱딱한 미소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콧구멍 속으로 들어오는 바람의 결은 온.. 2019. 3. 4. 정다인 시인 / 무늬 -군중 정다인 시인 / 무늬 -군중 1 나는 당신을 본뜬 심장을 갖고 싶었다. 세상을 훔치는 일정한 리듬과 비유를 가진 당신의 모국어가 되고 싶었다. 당신으로 환승하는 레일 위의 기차. 피가 흐르는 검붉은 감정을 연습하며 나는 조금씩 당신의 입김이 되었다. 당신을 이식하며 달려오는 기차를 .. 2019. 3. 3. 홍철기 시인 / 염화칼슘을 뿌려주세요 염화칼슘을 뿌려주세요 홍철기 시인 오늘, 녹지 않는 관계가 남아 있어요 무너진 블록처럼 정리되지 않는 내일에 대한 설명서를 구할 수 없는 이렇게 퇴근하는 길은 미끄러질 수 있어요 기상 캐스터 목소리는 폭설처럼 내리고 적설량만큼 다 녹지 않을 내일과 그녀의 추운 다리가 얼까봐.. 2019. 3. 3. 이전 1 ··· 1255 1256 1257 1258 1259 1260 1261 ··· 126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