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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대림 제1주 - 승천과 부활, 수난

by 파스칼바이런 2009. 11. 28.

[대림기획] 그리스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①

대림 제1주 - 승천과 부활, 수난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발행일 : 2009-11-29 [제2674호, 13면]

 

-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고 돌아가신 골고타에 자리한 예수무덤성당에는 전 세계 순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덤성당 내 십자가의 길 12처를 방문해 촛불을 밝히는 순례자들.

 

교회력으로 새해가 시작됐다.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며 구원신비를 묵상하는 대림시기다. 가톨릭신문은 ‘깨어 기다림’을 위해 예수님의 부활과 수난, 공생활, 탄생에 이르는 과정을 현장 취재와 함께 거꾸로 추적한다. 2000년 전 이 땅에 태어나 살다가 수난 받으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전 생애는 단순한 과거의 유일회적 사건이 아니다. 그분의 탄생과 수난과 부활은 ‘지금 여기서’도 유효하다. 그리스도의 시간을 거꾸로 돌려도 되는 이유다.

미래, 현재, 과거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의 지상 삶을 통해, 나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다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희망해 본다.

예수님은 손을 드셨다. 그리고 일일이 제자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 강복하셨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로 오르셨다(마르 16,19 루카 24,50-53 참조).

33년. 인류에게 희망의 빛을 제시한 그리스도의 지상 생활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하지만 예수님에게 끝은 없다. 그 끝은 끝이 아니다. 이제 이 땅에 남은 사람들에 의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예루살렘 성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작은 산 하나가 있다. 바로 ‘올리브 산’이다. 이 산 정상에 예수 승천을 기념하는 작은 경당이 하나 있는데, 건물 안에 예수님 발자국이라고 전해지는 자국이 남아 있다. 이 건물은 당초 예수 승천을 기념하기 위해 기원전 340년 경 지붕 없이 지어졌지만, 훗날 이슬람교도들이 예수 승천을 부정하기 위해 지붕을 덮었다고 한다.

예수 승천을 바라보는 제자들의 머리에는 생생한 기억이 자리하고 있었다. 예수님은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 나타나시어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

부활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듣는 제자들은 전율했을 것이다. ‘세상 끝 날까지 우리와 함께 있겠다니…. 이 얼마나 놀라우신 약속인가!’ 예수님은 게다가 멀리서 떨어져 이야기하지 않으셨다. 부활해 제자들에게 직접 나타나 함께 식사하시며 당신을 드러내고 사명을 부여하셨다(마르 16,14-18 마태 28,16-20 루카 24,36-49 요한 20,19-23 사도 1,6-8 참조).

물론 예수님의 부활은, 직접 체험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예수님께서 그들 가운데에 서시어, “평화가 너희와 함께!” 라고 하시자 제자들은 무섭고 두려워 유령을 보는 줄로 생각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책망하셨다.

“왜 놀라느냐? 어찌하여 너희 마음에 여러 가지 의혹이 이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루카 24,39) 이어 물고기 한 토막을 잡수신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이 일의 증인이다.”(루마 24,48)

이 일? 무슨 일의 증인이라는 말일까. 제자들은 즉시 ‘수난과 부활’의 증거자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리고 3일전 스승 예수께서 수난 당하시던 모습이 생생히 되살아났을 것이다.

이스라엘 예수살렘 성안에는 지금도 ‘십자가의 길’(Via Dolorosa, 고통의 길)이 남아 있다. 십자가의 길은 작은 형제회 성서대학인 ‘예수께서 채찍질 당하신 성당’(Flagellation)에서 시작, 약 400m에 이르는 길로,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어가신 길이다. 그 길을 걷다보면 인류와 세상에 빛을 안겨준 2000년 전 사건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예수님은 올리브산 겟세마니에서 성전 경비병들에게 체포됐다. 이른 아침, 최고의회 혹은 한나스의 집을 거쳐 대사제 가야파 집으로 끌려간(마르 14,55-64 마태 26,59-66 루카 22,66-71, 요한 18,28) 예수님은 곧바로 총독 관저로 후송돼 갔다.

빌라도는 처음에는 예수님을 풀어 줄 방도를 찾았다. 하지만 유대인들은 “없애 버리시오. 없애 버리시오. 그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쳤다. 결국 사형선고가 내려졌고, 빌라도는 군중을 만족시키려고, 예수님을 채찍질하게 한 다음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넘겨주었다.

총독의 군사들이 그분의 옷을 벗기고 진홍색 외투를 입혔다. 그리고 가시나무로 관을 엮어 그분 머리에 씌우고 오른손에 갈대를 들리고서는, 그분 앞에 무릎을 꿇고 ‘유다인들의 임금님, 만세!’하며 조롱했다. 또 예수님께 침을 뱉었다. 예수님 오른손에 들고 있던 갈대를 뺏어 머리를 때리기까지 했다. 예수님은 오늘의 ‘나’그리고 ‘우리’를 위해 모욕과 상처와 고통을 묵묵히 이겨내신다.

예수님은 이어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다. 기력이 떨어져 세 번이나 넘어지셨다. 결국 산 정상에 이르러 다른 죄수 2명과 함께 못 박히시고 십자가에 매달리셨다.

그때가 오전 9시였다. 병사들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고 나서 제비를 뽑아 그분의 겉옷을 나누어 가진 다음, 거기에 앉아 예수님을 지켰다. 예수님은 이후 6시간 가까이 고통을 받았다. 마침내 마지막 순간이 다가왔다.

“목마르다” 라고 하셨다.

사람들이 신 포도주를 듬뿍 적신 해면을 예수님의 입에 갖다 대었다.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입에 대신 다음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오후 3시. 성전 휘장 한가운데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들이 갈라졌다. 예수님께서 큰 소리로 외치셨다. “아버지, 제 영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루카 23,46)

숨을 거두셨다(마르 1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