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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성가 99번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이상철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1월에는 연말연시의 감흥과 함께, 너무 빨리 끝나버렸지만 그래도 성탄의 기쁨이 남아 있는 달이 아닐까 합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있어서 성탄은 그저 낭만을 찾아 즐기는 시간으로 다가올지 모르겠지만, 우리 신앙인들에게 있어서는 부활 다음으로 커다란 기쁨을 주는 큰 축일인 것이지요. 예수님께서 마구간에서 작은 아기로 태어나셨다는 사실에서 우리는 그분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처음부터 얼마나 자신을 비천하게 낮추셨는지를 잘 볼 수 있습니다.

 

또 우리로 하여금 더욱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축일일 뿐만 아니라, 하느님의 나라는 겨자씨와 같이 작은 것에서 시작된다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작은 한 아기에게서 인류의 구원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함으로써 우리 생활 속의 작은 봉헌과 희생들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일깨워 주기도 하는 사건이 또한 성탄이 아닌가 합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 주일학교에서 초등부 성가대 활동을 하면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곡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입니다. 성가대를 지도하던 선생님께서 이 곡을 부를 때에는 ‘거룩한 바암~~’하고 불러야 된다고 하시던 일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기만 합니다. 이 부분은 ‘바암~~’할 것이 아니라 ‘바~~암’하고 불러야 되는 것이라는 것을 음악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이 곡을 작곡한 이는 프란츠 그루버(Franz Xaver Gruber, 1787-1863)이고, 원제목은 독일어로 그냥 ‘고요한 밤(Stille Nacht)’입니다만 우리말로는 ‘거룩한 밤’이 덧붙여져 있습니다. 그루버는 본래 오스트리아 사람입니다. 그는 초등학교 음악선생님이면서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도시인 잘츠부르크 인근에 있던 성 니콜라오 성당의 오르가니스트이기도 하였습니다.

1816년 어느 날 이 성당에서 사목을 하시던 요셉 모어(Josef Mohr) 신부님께서 6연으로 이루어진 자작시를 들고 와서 - 이 때문에 본래 이 노래는 6절까지 있습니다. - 그루버에게 이 곡에 선율을 붙이면 어떨까하며 제안을 합니다.

 

처음에는 기타 반주에 선율만 노래하는 형태로 작곡되었고, 이렇게 만들어진 곡은 1818년 성탄 전야미사 때 성 니콜라오 성당에서 세계 최초로 불립니다. 요셉 모어 신부님의 기타 반주에 맞추어 모어 신부님과 그루버가 노래를 하고, 마지막 두 줄은 합창단이 다 같이 부르는 형태로 연주했다고 합니다.

 

후에 그루버는 이 곡을 오르간 반주와 오케스트라 반주의 합창곡으로도 만들었는데, 그는 이 곡 외에도 다른 많은 캐럴을 작곡한 작곡가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그의 캐럴들은 오늘날 오스트리아의 많은 성당에서 불린다고 합니다.

 

작은 아기의 모습으로 우리 곁에 오신 예수님을 경배하며, 조용한 마음으로 그분께 올 한 해를 봉헌하면 좋겠습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