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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가톨릭성가 83번 주 찬미하라

by 파스칼바이런 2011. 10. 21.

가톨릭 성가 83번 주 찬미하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학교 교회음악대학원 교수)

 

 

대개 본당에서는 매월 첫째 주에 ‘성시간’을 가집니다. 이 성시간은 1674년에 예수님께서 성녀 마르가리타에게 나타나시어 매월 첫 목요일에서 금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성시간 기도를 바칠 것을 명하시면서 우리 교회 안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성시간이 끝날 때에는 대부분 ‘성체 강복’을 합니다. 오늘날 미사 후에 따로 성체강복을 가지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성체에 관련된 신심행사가 오늘날보다 활발해서 성체현시, 성체거동, 성체강복 등 성체와 관련된 신심행사들이 많이 있었고 미사 후에도 성체강복을 하곤 하였습니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성체강복을 한 후에 마침기도의 시편으로 시편 117편을 노래하였습니다. 주님을 찬미하는 이 시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주님을 찬양하여라. 모든 민족들아. 주님을 찬미하여라. 모든 겨레들아. 그분의 사랑 우리 위에 굳건하고 주님의 진실하심 영원하여라. 할렐루야!(시편117)”

 

첫 구절이 라틴어로 ‘Laudate Dominum’인 이 시편은 하느님을 찬양하는 대표적인 노래로, 기도문에 사용될 때에는 대체로 영광송과 함께 사용되어 왔습니다. 이 시편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여러 작곡가들이 이 시편에 선율을 붙여서 노래를 해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오늘날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모차르트(W. A. Mozart)의 곡일 것입니다. 모차르트의 곡은 여성 솔로와 합창이 함께 노래하며 연주용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우리 성가책에는 신자들이 함께 부를 수 있도록 4성부 합창으로 되어 있는 헨델(G. F. H?ndel)의 곡이 실려 있습니다.

 

성가 83번인 헨델의 ‘주 찬미하라(Laudate Dominum)’는 본래 다른 가사를 가진 오라토리오 곡이었습니다. 오라토리오는 오페라와 달리 의상, 무대, 연기나 소품 등은 없이 일정한 줄거리나 이야기를 다양한 형태의 노래로 꾸미는 노래극의 한 형태입니다. 헨델의 오라토리오 중 가장 유명한 ‘메시아’ 다음으로 ‘유다 마카베오(Judas Maccabaeus, 1747)’를 꼽을 수 있습니다.

 

‘유다 마카베오’는 구약성경의 ‘마카베오기’ 내용을 토대로 유대민족의 영웅 유다 마카베오가 시리아 왕정에 맞서 싸움으로 결국 승리를 거두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우리 성가책의 노래는 프랑스에서 사목을 하고 있던 스위스인 버드리(E. L. Budry, 1854-1932) 신부가 1884년에 이 오라토리오 3막에 나오는 개선 합창곡 ‘See, the Conqu’ring hero comes’에 시편 117편의 라틴어 가사를 붙인 것입니다.

 

그는 외세를 물리치고 개선하는 마카베오의 모습에서 죽음을 이기고 부활로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리며 이 시편을 붙임으로써 승리자이신 주님을 찬미하고자 했습니다. 성가책에는 연중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기쁨으로 축제를 지내는 부활시기에도 매우 잘 어울리는 성가가 아닐까 합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0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