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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신 앙 관 련

그 사람 대신 나를 데려가시오

by 파스칼바이런 2011. 12. 29.

그 사람 대신 나를 데려가시오

성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1894~1941, 축일: 8/14)

정재성 요한 신부(대구대교구 지산성당 보좌)

 

 

 

이번 호에서는 성녀 에디트 슈타인(1891~1942)처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순교한 성 막시밀리안 마리아 콜베Maxilian-Maria Kolbe(1894~1941) 신부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내가 이 성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프랑스 루르드를 방문하면서였다.

나는 성녀 베르나데뜨 수비루스(수도명 : 마리-베르나르 수녀, <빛> 2001년 2월호 59쪽 참조)가 원죄 없으신 성모의 발현을 목격했던 루르드를 순례할 때마다 온 골목을 헤집고 다녔다. 베르나데뜨 성녀는 10살 때 화재로 인해 방앗간 집을 잃어버리고, 옛 감옥이었던 건물 ‘까쇼Cachot’로 옮겨 살았는데, 오늘날 ‘까쇼’ 옆에는 콜베 성인에 관한 안내소가 있다.  1854년 교황 비오 9세께서 ‘성모무염시태’(성모님의 원죄 없으신 잉태)를 믿을 교리로 반포하신 지 4년 뒤인 1858년 2월 11일부터 7월 16일까지 총 18번의 성모발현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 유명한 ‘루르드 성모발현’이다.

막시밀리안 콜베 신부는 프란치스코회의 성모기사로서 ‘성모무염시태’ 교의를 널리 전파하고자 노력했기 때문에 그의 공동체가 프랑스 루르드에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유학시절 당시, 루르드에서 활동하시던 수녀님들 중 콜베 신부님의 영성을 배우고 싶어서 수도명을 ‘막시밀리안’으로 선택했다는 수녀님이 계셨다.

순박하고 겸손하며 훈훈한 인정이 감도는 그 수녀님을 만나면서 참으로 수도자다운 수도자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어려운 유학생활 중에서도 루르드에 들를 때마다 한국인 특유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16670번, 더 힘든 일만 하는 이상한 죄수

 

1894년 1월 7일, 폴란드의 준드스카-볼라Zundska-Wola에서 아버지 줄리오 콜베와 어머니 마리아 다브로프스카 슬하에서 둘째 아들로 태어난 콜베는 레이몬드Raymond라는 세례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열심한 부모로부터 엄격한 신앙교육을 받고, 훌륭한 성모신심을 체득한 그는 1907년 14세 때 라부프 소신학교에서 공부했고, 3년 후 꼰벤뚜알 성 프란치스코 수도회에 입회하여 ‘막시밀리안 마리아 수사’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

그는 로마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하던 중인 1914년 11월 1일에 종신서원을 했고, 이듬해 10월 22일, 그레고리안 대학에서 최우수 성적으로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

1917년 여름, 폐결핵에 걸린 상태에서도 학업을 계속했던 그는 그해 10월, 동료 수사 6명과 함께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회>를 창설하였고, 1918년 4월 28일 사제성품을 받았다.

 

1927년 10월, 땅을 기증받은 그는 ‘원죄 없으신 성모의 마을’(폴란드와 여러 나라에 전파)을 건설했는데, 10년 후 이 회의 수사들의 숫자는 762명에 달했다.

1930년부터 1936년까지 일본에서 선교사로 있었을 때도 열정적인 성모신심 덕분에 나가사끼 교외에 ‘원죄 없으신 성모의 정원’(성모 관련 기구)을 창설하였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1939년 9월)했을 때, 9월 19일 콜베 신부는 동료 수사들과 함께 게슈타포(나치 경찰)에게 체포되었다가 풀려났다.

하지만 1941년 2월 17일에 다시 체포되어 파비악형무소에 갇혔는데, 혹독한 고문으로 고통 받던 많은 사람들에게 고해성사를 주고, 그들과 함께 기도하며 위로하였다.

5월 28일, 드디어 그는 ‘죽음의 수용소’라 불리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이송되어 감금되었고, ‘16670’번이라는 죄수번호를 받았다.

감시원들의 엄격한 경계와 금지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는 실의와 절망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끊임없이 기도하고 위로하며 격려하고 고해성사를 주었으며 영적인 가르침을 주었다.

또한 자신에게 보다 쉬운 일이 돌아오도록 애쓰지 않았고, 오히려 가능하다면 다른 동료들이 덜 힘들도록 자신이 가장 힘든 일을 선택했으며, 1917년부터 앓았던 폐결핵으로 인해 쇠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몫의 음식을 자주 다른 이들에게 나눠주는 애덕을 실천하였다.

 

7월에 죄수 한 명이 도망친 사건 때문에 같은 감방에 있던 10명이 아사형(죄수를 굶겨 죽이는 사형제도)에 처해졌다.

그때 콜베 신부는 아내와 자식이 있다고 애원하던 동료를 대신해서 아사실을 지원하였다.  절규와 비탄만이 가득한 생지옥이었던 아사실은 그의 덕분에 기도하고 노래하는 천국처럼 변했는데, 그 모습을 줄곧 지켜보면서 간수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9명의 수감자들이 굶어죽을 때까지 공포와 절망에 빠지지 않도록 기도하고 위로해주던 그는 결국 1941년 8월 14일, 47세의 나이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독약주사를 맞고 서거하였다.

 

위대한 영적 저항

 

그러면 콜베 신부의 영성과 업적에 대해 요약해보고자 한다.

먼저 그는 하느님의 뜻을 거스르는 악과 투쟁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원죄 없으신 성모의 기사회’를 창설하였다. 1918년 교황 베네딕토 15세로부터 인준된 이 회는 현재 한국에서도 대구, 인천, 마산, 서울, 부산, 대전, 전주 등 여러 도시에서 지부설립인가를 받아서 수만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또한 콜베 신부는 복음 선포를 위해 출판물뿐만 아니라 현대과학기술(방송국, 영화 등)을 홍보수단으로 활용했고, 노동의 품위를 향상시켰다.

특히 그는 1930년 일본으로 가기 전에 잠시 한국 땅을 밟은 적이 있었는데, 그의 동생 신부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서 볼 때 아마 한국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하고 성모님의 전구를 간절히 청했을 것이다.

 

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폴란드가 고국인 카롤 보이티와 추기경은 비이탈리아계로는 529년 만에 교황에 선출되었다)는 당신과 같은 나라 사람인 콜베 신부에게 끊임없는 관심을 표명해왔고, 그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인간 존엄성을 말살하는 곳으로 여겨졌을 때, 콜베 신부는 오히려 그것을 고양시켰다. 동시에 그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영적으로 무기력하게 했다. 그래서 콜베 신부의 희생행위는 사제들과 수도자들에게 제안된 영적인 저항의 한 종류가 되었다.”

 

자기 자신도 극도의 고통을 당하면서도 절박한 입장에 처한 이웃을 살리고 대신 자유로이 죽음을 선택했던(순교영성) 사랑의 순교자 콜베 신부는 1971년 10월 17일에 시복되었고, 1982년 10월 10일에 시성되었다.

“누가 자기 친구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는 것, 그보다 더 큰 사랑은 아무도 지니지 못합니다”(요한 15,13). 이처럼 일생을 하느님, 성모님과 이웃을 위해 살았고, 처절하리만치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사랑을 실천한 그는 어려운 우리 시대의 위대한 성인이다.

 

특히 그가 일생 지니고 살았던 ‘사도적인 열성’은 사제뿐만 아니라 신앙인의 완덕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현재보다 더 영적으로 뛰어난 상태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요소이다.  우리도 현재 우리 각자가 갖고 있는 생각, 말과 행동은 사도적인 열성에서 나오는 것들인지 아닌지를 올바로 식별해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우리 각자에게 여러 가지 모습으로 마련해주신 ‘사도적인 열성’을 굳건히 하고, 이러한 열정이 식지 않도록 각자가 맡은 역할에 늘 충실히 하며 이웃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모두 막시밀리안 콜베 성인을 본받아 불굴의 의지, 인내력과 꺼질 줄 모르는 열정을 지닐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막시밀리아노 콜베 성인이 1920년 2월에 연중 묵상용으로 사용했던 생활규범 >

 

1. 될 수 있는 대로 위대한 성인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2.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통한 영혼의 구원과 자기 및 현재와 미래의 모든 사람들이 완덕을 가진 하느님께 최대의 영광을 돌려라(성모의 기사회 제 3등급).

 

3. 자유의지의 대죄나 소죄도 거부하라. 그리고 과거에 대한 안정감, 잃어버린 시간을 열심히 보충하라.

 

4. 죄를 범했으면 뉘우치지 않고 그대로 버려두지 말며, 할 수 있는 좋은 것을 꼭 하라.

 

5. 너의 규칙은 순명 =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통한 하느님의 뜻. 너는 하나의 도구.

 

6. 지금 하고 있는 것을 하라 - 좋든 나쁘든 다른 일에 눈을 돌리지 말라.

 

7. 사랑을 갖고 이루어진, 언제나 온유한 행위를 하라.

 

8. 질서를 지켜라. 그러면 질서는 너를 지켜줄 것이다.

 

9. 준비, 행동, 결론.

 

10. 언제나 너는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의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이며 무제한적인, 지울 수 없는 소유물임을 명심하라 - 네가 누구이고 무엇을 갖고 있으며 무엇을 가질 수 있든지, 네가 하는 모든 것(생각, 말, 행동)과 네가 참는 것(기분 좋은 것, 나쁜 것, 무관심한 것)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께 속하는 것이다. 따라서 성모님이 그것들을 당신 마음 대로 하실 수 있도록 그와 함께 너의 모든 의향도 성모님께 소속시키도록 한다. 따라서 성모님께서 바라시는 대로 다시 만드시든지 보태시든지 떼어버리시든지 하실 수 있도록(성모님께서는 정의를 상하게 하실 줄 모르신다) 해야 한다.

 

너는 성모님 손길의 도구이다. 그러므로 성모님께서 바라시는 것만 하도록 하라. 성모님의 손길에서 모든 것을 받아라. 모든 것에 있어서 마치 어린이가 그 어머니 곁에 달려가듯이 성모님 곁에 가라. 모든 것을 성모님께 맡겨라. 모든 것은 성모님께로부터 받은 것이며, 단 하나도 너로 인해 생겨난 것은 없음을 기억하라. 너의 모든 활동의 열매는 성모님과의 일치에 달려 있다. 그것은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애련함의 도구인 것과 마찬가지다.

 

‘나의 생명(매순간), 나의 죽음(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또 나의 영혼은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 온전히 당신께 속해 있습니다. 바라시는 대로 이 모든 것을 이루어주소서.’

 

11. 원죄 없이 잉태되신 성모님을 통하여, 나에게 능력을 주시는 분에 힘입어 나는 무슨 일이든지 할 수 있다.(필립비 4,13)

 

12. 내적 생활 : 무엇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의 일에 몰두하라. 그렇게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완전히 헌신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 빛, 2001년 9월호]

 


 

축일 8월 14일 성 막시밀리아노 마리아 콜베 사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