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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법정스님 글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 법정스님

by 파스칼바이런 2012. 2. 14.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내가 아마도 욕심이 많기 때문에 무소유를 그렇게 강조하게 된 듯하다.

내가 늘 가만히 반성해 본다.

 

지금도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오두막 살림에서 보면 다기도 한두 벌이면 될 텐데 서너 벌 있고 또 읽은 책도 한두 권이면 족한데 그것도 오십여 권이 넘는다.

 

또 생활 도구도 이것저것 가진 게 많다.

 

내 글만 읽고 나를 현품대조 하러 온 사람들이 법정 스님하면 잘 생기고 싱싱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별 볼 것 없고 바짝 마르고 쭈글쭈글하니 실망의 기색이 영영하다.

그때마다 속으로 나는 미안해한다.

 

그러나 보라.

중심은 늘 새롭다.

영혼에 나이가 있는가.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영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빛이다.

 

맑고 작은 것으로 살아가려면 될 수 있는 한 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써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적게 가져야 더 많이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 무소유를 주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넘치는 세상일수록 가난의 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가난이 아니라 선택한 가난을 실천해야 한다.

 

모든 것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시들고 쭈그러든다.

거죽은 언젠가 늙고 허물어진다.

늘 새 차일 수가 없다.

끌고 다니다보면 고장도 나고 쥐어박아서 찌그러지기도 한다.

육신을 오십 년, 육십 년 끌고 다니다 보면 폐차 직전에 도달한다.

거죽은 언젠가는 허물어진다.

생로병사하고 생주이멸(生住異蔑)한다.

 

어떻게 늙는가가 중요하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 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을 사랑할 수 있다.

큰 것과 많은 것에는 살뜰한 정이 가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하다보니 무뎌져서 작고 적은 것에 고마워할 줄을 모르게 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말라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게 된다.

모자랄까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이다.

그것이 가난이고 결핍이다.

 

- 법정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