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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이달의 성가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12번 너그러이 받으소서

by 파스칼바이런 2012. 2. 25.

[이달의 성가] 가톨릭 성가 212번 너그러이 받으소서

황인환 신부(서울대교구)

 

교회는 2월 2일을 ‘주님 봉헌 축일’로 지냅니다. 이 축일은 예수 성탄 대축일 후 40일째 되는 날이며, 하느님의 어머니 성모 마리아의 정결 예식과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하신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특별히,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께서는 이날을 ‘봉헌 생활의 날’로 제정하시 고 수도자들의 거룩한 생활을 지향하는 기도와 행사를 주관하며, 세상 의 젊은이들에게 수도 성소의 고결한 가치와 천상의 기쁨을 알리기를 권고하셨습니다.

 

그리스도인은 각자 삶의 자리에서 아버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았으며,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을 봉헌하면서 살아갑니다. 이러한 그리스도인의 인생 여정을 묵상하는 의미에서 가톨릭 성가 212번 ‘너그러이 받으소서’를 이 달의 성가로 선정하였습니다.

 

3/4박자 리듬과 올림 바단조로 이루어진 이 성가는 A-B-A 형태로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단조의 곡은 다소 어두운 느낌으로 와 닿을 수 있지만, 이 성가는 그레고리오 성가의 단선율에 절제된 화음을 부 가하여 진중하면서도 위안을 주는 따뜻한 느낌입니다. 특히 그레고리오 성가의 선율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멜로디의 범위가 한 옥타브를 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특징 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이 성가가 담고 있는 가사를 충실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곡의 진행에 따른 셈여림 조절에 주의해야 합니다. A 부분은 ‘조심스럽고 여린(mp, 메조피아노, 조금 여리게)’ 느낌을, B 부분은 ‘진중하고 비장 한(mf, 메조포르테, 조금 세게)’ 느낌을, 마지막 A 부분은 촛불이 꺼지 듯 ‘느려지며 사라지는(p, 피아노, 여리게)’ 느낌을 표현하면 좋을 것입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랑의 대상은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족은 모든 것을 초월하는 절대적 사랑의 대상일 것입니다. 특히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하느님과 인간의 관계만큼이나 고결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기념하는 주님 봉헌 축일은 아기를 성전에 봉헌하는 이스라엘의 고유한 전통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말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첫 아들을 하느님께 봉헌함으로써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이는 또한 하느님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은 자녀로서 사랑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사람에게 있어 가장 커다란 집착의 대상 또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나만의 사람을 만들고 싶은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은 자신의 첫 아기를 하느님의 성전에 봉헌합니다. 그리고 그 봉헌은 온 세상을 구원하는 봉헌으로 완성됩니다. 나 자신도 나의 것이 아닙니다. 나의 동반자도 나의 것이 아닙니다. 나의 자녀도 나의 것이 아닙니다. 나의 이웃도 나의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에 나의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모두가 하느님의 것입니다. 이는 하느님을 향한 우리의 봉헌이 가지는 진정한 가치를 깨닫게 해줍니다. 봉헌은 나의 것을 드리는 것이 아니라, 본래 주인에게 주인의 것을 돌려드리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