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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법정스님 글

적은 것으로 만족하라 / 법정스님

by 파스칼바이런 2012. 3. 11.

적은 것으로 만족하라

 

 

욕심이 많은 사람은 이익을 구함이 많기 때문에 고뇌도 많다.

그러나 욕심이 적은사람은 구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근심걱정도 적다.

또 욕심을 없애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마음이 편안해서 아무걱정이나 두려움이 없고 하는 일에 여유가 있어 각박하지 않다.

그래서 마침내는 고뇌가 말끔히 사라진 해탈의 경지에 들게 되니 이것을 가리켜 소욕이라 한다.

 

모든 고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먼저 만족할 줄 알아야한다.

넉넉함을 아는 것은 부유하고 즐거우며 안온하다.

그런 사람은 비록 맨땅위에 누워 있을지라도 편안하고 즐겁다.

그러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설사 천상에 있을 지라도 그 뜻에 흡족하지 않을 것이다.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한 것 같지만 사실은 가난하고 만족할줄 아는 사람은 가난한 것 같지만 사실은 부유하다.

이것을 가리켜 지족이라 한다.

 

조금만 앓고 조금만 괴로워하며 적은 것으로 넉넉함을 알아야한다.

오늘날 우리들은 어디를 가나 물질의 홍수에 떠밀리고 있다.

물건이 너무 흔하기 때문에 아낄 줄을 모르고 고마워할 줄도 모른다.

옛날 같으면 좀 깁거나 때우거나 고치면 말짱할 물건도 아낌없이 내다 버린다.

물건만 버리는 게 아니라 아끼고 소중하게 아는 그 정신까지도 함께 버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우리들은 조그만 것을 가지고도 고마워하고 귀하게 여기면서 넉넉할 줄을 알았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들은 많은 것을 차지하고서도 고마워할 줄도 귀하게 여길 줄도 또한 넉넉할 줄도 모른다.

그저 늘 모자라 목이 마를 뿐이다.

과거의 우리들은 적게 가지고도 지혜롭고 덕스러웠는데 현재의 우리들은 많이 가지고도 지혜롭지도 덕스럽지도 못하다.

적게 가질수록 귀하고 소중한 줄을 알게 된다.

 

귀하고 소중한 줄 모르는 사람은 알맹이 없는 빈 꺼풀만의 인생을 살고 있는거나 마찬가지다.

사람의 욕망이란 한이 없다.

분수 밖의 욕망이 우리를 병들게 한다.

물질만이 아니고 어떤 명예나 지위도 분수를 지나치면 자기스스로가 불편하고 세상의 비웃음을 사게 마련이다.

 

법정스님 산문집 " 맑고 향기롭게 "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