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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성가 이야기] 미사전례 안에서의 악기 사용 (2)

by 파스칼바이런 2012. 11. 8.

[성가 이야기] 미사전례 안에서의 악기 사용 (2)

김종헌(발다살)|신부, 한티순교성지 전담, 가톨릭음악원 원장

 

 

시내 어느 본당의 주임신부로 사목할 때의 일입니다. 저는 한 달에 한 번 본당의 어린이 미사, 그리고 중고등부 학생들의 미사를 주례하였습니다. 그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지요. 당시 그 본당 어린이 미사의 성가반주는 초등부 5학년 학생이 담당하였는데, 이 아이의 반주 실력은 미숙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반주하기 쉬운 부분은 반주를 하지만, 어려운 부분에서는 그냥 반주를 중단하고 손을 놓고 쉬었습니다. 그리고 어떤 성가든지 똑같은 패턴(행진곡 풍)으로 반주하였습니다. 조금은 천천히 기도하듯 불러야 하는 노래 역시 행진곡 풍의 반주로 인해 어린이들의 성가는 엉뚱한 리듬으로 흘러가면서 저와 학생들을 당황하게 하였습니다.

 

 

패러다임을 바꿉시다!

 

어린이 미사는 어린이가 반주해야 하고, 중고등부 학생미사는 중고등학생이 반주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신 신부님들과 교리교사들은 이제 생각을 바꾸어주시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참례하는 미사 때의 반주를 겨우 코흘리개 어린이에게 맡기고, 그 반주에 맞추어 우리가 노래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 아이들이 피아노를 공부했으면 얼마나 했겠습니까? 마찬가지로 중고등학생들이 기타 코드 몇 개 익힌 실력으로 성가의 분위기에 맞는 반주를 해 내기에는 너무나 미숙합니다. 그들은 미사의 전례 분위기를 온전히 살릴 수 있을 만큼 실력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중고등학생 밴드 주자들에게 선생님을 소개해 가르치도록 하였습니다.) 나이도 어리고 음악적으로도 미숙한 학생들이 어떻게 미사 전체의 분위기를 이끌고 가도록 내버려 둘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실력을 갖춘 교리교사들이나 어른들이 반주를 맡아주어야 합니다.

 

또 한 가지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우리가 부르는 성가의 분위기에 맞는 악기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가사를 묵상하면서 조금은 천천히 노래해야 할 성가들은 오르간 반주가 맞고, 다소 활발하고 빠른 노래들은 밴드가 맞습니다. 이렇게 음악에 맞는 악기를 선택하여 반주를 해야 하지, 어떤 성가든지 무조건 밴드로 반주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들의 연주는 성가의 내용, 즉 전례, 전례행위, 노래의 기능은 담아내지 못한 채 리듬만 요란한 '빈 수레' 같은 음악일 경우가 허다합니다.

 

 

좋은 반주자는 본당의 복입니다

 

좋은 반주자를 가진 본당은 정말 복 받은 줄 아셔야 하고, 신자들은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입니다. 음악적으로 미숙한 반주자가 있는 본당에서는 좋은 성가를 결코 불러 볼 수가 없습니다. 성가의 분위기를 전혀 살리지 못하는 연주, 조금 어려운 곡은 전혀 불가능한 반주자들로서는 신자들의 찬미 기도를 도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에는 정말 고맙게도 음악을 전공한 사람들도 많고 자발적으로 평일미사나 주일미사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정말 다행한 일입니다. 주임신부님들과 신자들은 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지만 제대로 된 반주자를 구하기 힘들 때 사제들은 공짜로 봉사해 줄 사람만 기다리지 말고 어느 정도의 지출을 감수하더라도 제대로 된 반주자를 구해야 할 것입니다. 그들 이 신자들의 신앙생활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어떤 본당에서는 반주할 사람이 사례금을 원한다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는데 그러지 맙시다.

 

그들을 비난하기에 앞서 어느 쪽이 신자들에게 영적이익을 줄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돈이 든다고 미사전례에 꼭 필요한 반주자를 구하지 않는 사제나, 사례비를 요구하는 그들이나 결국 이유는 한 가지, 돈입니다. 따라서 약간의 사례비지출이 있다고 해도 신자들이 얻을 영적이익은 훨씬 더 클 것이라 생각됩니다. 얼마나 많은 신자들이 성가음악으로 마음의 위로를 받으며 기도를 더 잘 할 수 있는지, 우리는 잘 알고 있으니까요.

 

 

반주자는 전공자, 지휘자는 비전공자?

 

한국교회의 성가대에는 기이한 현상이 있습니다. 반주자는 음악을 전공한 분이 맡고, 그들을 가르치는 지휘자는 대부분 아마추어라는 사실이 그러합니다. 이건 말이 안 됩니다. 어쩌면 성가대 내의 많은 갈등도 여기에서 생기는 경우가 허다하리라 봅니다. 왜 한국교회는 꼭 지휘자가 있어야 하는 걸까요? 성가대원들도 몇 명 안 되는데 말입니다. 제대로 공부한 지휘자가 없을 경우라면 반주자가 지휘를 겸하도록 하십시오. 미국교회의 경우 음악을 전공한 반주자가 지휘를 겸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허수아비같이 팔만 흔들어대는 아마추어 지휘자가 더 이상 존재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그분들의 신앙심도 봉사정신도 높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앙심과 봉사정신은 전례음악 봉사자의 기본이지, 그런 정신을 가졌다고 음악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신앙심 이상으로 (음악)기술 역시 필요합니다. 만약 비전공자가 남을 가르치려고 한다면 음악을 전공한 분들 이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신 분들만 지휘자로 서셔야 할 것입니다.

 

 

수고하시는 반주자들에게

 

영육간으로 힘드시겠지만 찬미공동체를 위해 봉사하시는 분들께 많은 신자들이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답니다. 여러분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먼저 자신이 다루는 악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도록 준비하셔야 한다는 점입니다. 엉성한 반주는 하느님이나 신자들이 흡족할 수 없을 겁니다. 또 미사반주 때, 특별히 예물준비 때와 영성체 때에 신자들과 한 곡을 노래하고, 다음 곡을 준비하는 동안 반주자는 음악을 끊지 말아 주십사하는 것입니다. 신자들의 노래가 끝난 다음에도 반주자 여러분은 조금 더 후주(postlude)를 연주한 다음, 다음 노래로 넘어가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이 연주를 중단해 버리면 전례가 단절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입니다. 제발 연주를 중단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교구 가톨릭음악원의 소개

 

우리 교구에는 다행히 오르간 반주자와 성가대원, 그리고 지휘자를 양성하고 있는 가톨릭음악원(남산동 교구청 소재)이 있습니다. 올해로 만 25년이 되는 음악원에서 50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교육을 받았고, 지금은 본당에서 지휘자로, 반주자로 또는 성가대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는 것이 있어야 봉사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전례와 전례음악에 봉사하려는 분들은 누구나 이곳에서 연수과정을 마치고 봉사하셨으면 합니다. 일반음악을 전공하고 지휘하시는 분들 역시 전례와 전례음악에 대한 공부를 하셔야 제대로 봉사할 수 있다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노래하고 악기 다루는 기술이야 뛰어나시겠지만 음악의 쓰임새가 다른 만큼, 전례음악에 대해 공부를 하시면 더욱 훌륭한 음악봉사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교구에서도 머지않아 전례 안에서 음악으로 봉사하고 싶은 분들은 주일학교 교사들처럼 교구 가톨릭음악원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만 활동이 가능해지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월간빛, 2012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