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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복음이야기] (10) 파스카 축제

by 파스칼바이런 2014. 8. 22.

[복음이야기] (10) 파스카 축제

이집트 탈출의 기쁨 나누는 7일 축제

 

▲ 유다인들은 이집트 탈출을 기념해 지내는 파스카 축제에 파스카 만찬을 갖는다.

 

▲ 파스카 만찬 식탁에는 이집트 살이를 상징하는 나물과 누룩없는 빵, 포도주 등이 오른다. 출처=「바이블 가이드-성경입문」

 

'파스카' 즉 과월절은 이스라엘 축제 가운데 가장 신성하고 큰 축제다. 라틴말 '파스카'는 히브리말 '페삭'에서 유래했는데 우리말로 '건너뛰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예수님께서 사용하신 아람어로는 '파스하'라 발음한다.

 

이 축제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기적적으로 탈출해 자유를 얻은 해방을 기념하기 위한 축제로, 특히 주님께서 이집트의 맏아들과 맏배를 치실 때 문설주에 발라놓은 양의 피를 보고 이스라엘 백성의 집을 건너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시작됐다(탈출 12, 1-13).

 

이스라엘 백성은 파스카 축제를 유다력으로 니산 달 14일에 시작하는데 이날은 춘분 다음의 보름날이다. 축제는 7일간 계속되는데 첫날과 마지막 날이 가장 중요하다.

 

파스카 축제는 탈출기 12장에 적힌 내용대로 진행된다. 먼저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 어린 양을 골라 파스카의 희생 제물로 바치고 그 피를 히솝가지로 문설주와 상인방에 바른다. 그리고 허리에 띠를 동이고 신발을 신고, 지팡이를 잡은 채 서서 누룩 없는 빵과 양 고기를 먹는다.

 

예수님 시대 파스카 축제는 니산달 14일 오후, 예루살렘 성전에서 시작했다. 유다인들은 율법이 정한 대로 일 년 된 흠 없는 수컷 어린양을 골라 성전으로 끌고 온다. 파스카의 어린양은 '제관들의 뜰' 입구에서 뿔나팔 소리에 따라 한 마리씩 도륙됐다. 제관은 어린양의 피를 받아 제단 앞에 부었고, 그 피는 강물처럼 키드론 골짜기로 흘러내려갔다. 유다인들은 이 과정을 '파스카 준비'라고 불렀다. 이 축제 기간 중 어린양의 내장과 지방을 태우는 연기와 냄새가 예루살렘 전역을 덮었다. 유다인들은 희생된 파스카의 어린양을 집으로 가져가 히브리말로 '세데르'라고 하는 '파스카 만찬'을 했다.

 

파스카 만찬 때 희생 제물로 바쳤던 어린양의 뼈는 부러뜨려서는 안 됐다. 또 삶아서도 안 되고 오로지 구워야만 했다. 유다인들은 가족 중심으로 파스카 만찬을 하지만 만찬 예식 순서는 '하가다'(유다인들의 종교적 윤리적 가르침)에 기록된 그대로 전 세계 모든 유다인들이 똑같이 지킨다. 하가다에 따르면 먼저 하소레트라는 붉은 양념에 누룩 없는 빵을 적셔 축복하고, 주님께 선택된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을 읊은 시편 113장을 낭송하고 포도주 첫 잔을 마신다. 그리고 조상들이 흘린 눈물을 상기해 몇 방울의 소금물을 먹는다. 그다음 쓴 나물과 함께 어린양을 먹기 시작한다. 이때 포도주가 담긴 '축복의 잔'을 만찬 참여자들이 돌려가며 나눠 마신다. 세 번째 포도주 잔이 다 돌아가면 모두가 시편 114~117장 감사가를 부르며 알렐루야를 노래한다. 시편을 낭송할 때 '주님의 이름으로 오시는 이는 찬미 받으소서'라는 귀절을 읊을 때 마지막 네 번째 포도주 잔을 돌려 마신다.

 

과월절 만찬에서는 아이들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전통적으로 가장 나이 어린 아이가 이 만찬 예식에 대해 질문한다. 왜 과월절 밤이 다른 보통 밤과 다른지, 왜 누룩 없는 빵을 먹어야 하는지, 왜 쓴 나물을 먹어야 하는지 등을 묻고, 가족 구성원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남자가 이집트에서 무사히 구출됨을 기억하기 위해 이 밤이 다른 날과 다르며, 급하게 탈출해야 했기에 누룩 없는 빵을 구워야 했으며, 당시 노예 생활이 힘들었음을 상징하기 위해 쓴 나물을 먹는다고 답한다.

 

모든 유다인들은 이 파스카 만찬을 의무적으로 해야 했다. 가난해서 어린양이나 포도주나 나물을 살 수 없을 때는 공동체에서 받았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과 함께 마지막 파스카 만찬을 나누면서 빵과 포도주를 들고 "이것이 내 몸이다" "이것은 내 피다"라고 말씀하시며 성체성사를 제정하셨다. 유다인 파스카 축제는 보통 그리스도인의 부활절과 겹치는데 이는 예수께서 파스카의 희생양이 되신 수난 사건이 바로 파스카 축제 기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리길재 기자 teotokos@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