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가와 함께 아름다운 미사를] 가톨릭 성가 329장 이후에 나오는 미사곡 여섯 가톨릭 성가 329장 이후에 나오는 미사곡 여섯은 미사 때 쓰면 안된다고 하는데요?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요? (1)
문 : 저는 OOO 본당, 경력 25년차 오르간 반주자입니다. 성가 329장 이후에 나오는 슈베르트 미사곡이 있는데, 워낙 선율도 아름답고 사람들도 좋아해서 미사 때 자주 애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곡은 원래 미사 때 쓰이는 미사곡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들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하고 여기저기 찾아봤는데도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이 곡은 미사 때 쓰이지 않는 곡인가요? 그렇다면 왜 가톨릭성가에 마치 미사곡처럼 미사곡 여섯에 들어있는 건가요?
슈베르트
답 : 일단 이 문제는 뭐라고 명확히 답변하기 굉장히 어려운 질문입니다. 저도 아주 오래전부터 들어왔던 질문이기도 하고, 성음악 학자들 사이에도 성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제가 로마 성음악 대학에서 마지막 학년 지휘 시험을 보았는데, 이 문제를 묻더군요. “슈베르트의 독일 미사곡이 전례음악(musica liturgica)이냐?” 제가 “아니다.”라고 대답했더니, 교수들이 “제대로 대답했다.”고 말하면서 한참 서로 이야기하더군요. 그때 모였던 교수는 세 명이었는데, 성음악대학 학장, 작곡 교수인 학과장, 그리고 담당인 지휘 교수였습니다. 전문가들, 특히 전 세계 성음악대학을 대표하는 이들이 이 문제에 대해 모를 리 없었을 것입니다.
슈베르트의 독일 미사곡은 전례음악이 아닙니다. 전례음악의 요건은 이렇습니다. 첫째, 작곡자의 의도가 전례를 목적으로 만들어져야 합니다. 둘째, 전례의 형식에 맞는 전통과 규범을 잘 지켜야 합니다. 예를 들면, 전례기도문은 생략하거나 마음대로 변형하면 안 됩니다. 또한 전례기도문이라 하더라도, 특히 지나치게 긴 시간동안 연주되어서는 안 됩니다. 아울러 대중성을 위한다고 세속음악을 무분별하게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슈베르트는 이 미사곡을 미사 때 쓰일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가사는 전례기도문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고, 노이만이라는 물리학 교수가 쓴 것입니다. 이 가사는 독일어로 된 것인데, 그 당시에는 라틴어 외에는 전례 때에 쓰이는 것이 공식적으로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가사는 전례 기도문을 독일어로 신중히 번역한 것이 아니라, 기도문을 하나의 주제로 삼아 작사자가 자유롭게 창작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미사곡을 오스트리아 주교회의에서는 전례음악으로 인정할 수 없었던 것이죠. 종교음악으로서 공연은 당연히 허락했습니다.
그러나 이 미사곡은 독일 국민의 사랑을 받으면서, 끊임없이 미사 때 쓰게 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왔고, 슈베르트 서거 100주기를 맞아 오스트리아 주교회의에서도 이 미사곡을 전례에 사용하는 것을 허락했습니다.
[2015년 4월 12일 정범수 베네딕도 신부(성음악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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