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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 (상)

by 파스칼바이런 2016. 1. 25.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 (상)

회개의 기도 소리 듣고 가사 덧붙여

 

 

 

 

「가톨릭성가」 2번 ‘주 하느님 크시도다’는 가톨릭 교회가 사용하는 개신교 곡 중 가장 유명한 곡이 아닐까 싶다. 개신교 찬송가 제목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How Great Thou Art)다.

 

우리 성가책에는 작곡자가 스튜어트 하인(Stuart K. Hine, 1899~1989)으로 표기돼 있으나, 하인은 이 곡을 영어권 나라들에 소개한 음악가일 뿐이다. 본래 이 선율은 스웨덴의 민요에서 유래한 것으로, 작사가는 스웨덴 시인이자 저술가인 보베르그(Carl Gustav Boberg, 1859~1940)이다. 그는 당시 스웨덴 개신교 신문 「진리의 증거자」(Sanningsvittnet) 발행인으로 활동하면서 약 60여 편에 이르는 시와 성가 가사를 쓴 인물이다.

 

그가 1886년 3월 ‘오 위대하신 하느님’(O Store Gud)이라는 제목의 시를 발표했는데, 1888년 스웨덴의 어느 교회에서 이 시가 민속 선율과 합쳐지면서 처음 불리게 됐다. 이듬해 그가 발행하던 신문에 최초로 악보가 등장했으며, 후에 미국으로 망명한 스웨덴 음악교사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에드그렌(Adolph Edgren, 1858~1921)에 의해 피아노와 기타 반주가 덧붙여지기도 했다.

 

이 곡은 처음에는 3/4박자였는데 1894년 출판된 「스웨덴 선교학회 노래집」에서 4/4박자로 수정돼 실렸다. 러시아의 마틴 루터로 불리는 프로카노프(Ivan S. Prokhanov, 1869~1935)에 의해 러시아어로 번역돼 1927년 「크리스천의 노래」라는 성가책에 실리기도 했다. 영어 번역판으로는 존슨(E. Gustav Johnson)과 하인(Stuart K. Hine)의 두 가지 번역이 있으나, 하인의 것이 더욱 유명해지게 된다.

 

사실 이 곡이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게 된 데에는 하인 자신의 역할이 컸다. 그는 독일어로 된 가사를 처음부터 직접 들은 것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에서 어느 여성이 러시아어로 부르던 노래를 듣고 이 성가를 번역하게 됐다. 1931년 하인은 폴란드 접경 지역인 우크라이나의 한 마을에 선교사로 가게 되었는데, 하인 부부가 묵었던 집 주인 부부가 그 지역 유일한 개신교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집 주인 부인 루디밀라는 몇 년 전 러시아 병사가 놓고 간 「성경」을 통해 더듬더듬 성경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어느 날 하인 부부가 외출 뒤 집에 도착할 즈음 밖에서 루디밀라 부인이 자신의 집에 묵고 있던 사람들에게 요한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처형 부분을 읽어 주는 소리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어 성경을 듣던 사람들이 죄를 뉘우치며 하느님을 부르고 회개의 기도를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하인은 밖에서 그 소리에 귀 기울이다가 가사 한 절을 써서 그가 번역한 ‘주 하느님 크시도다’ 노래 가사에 덧붙였다.

 

그 후 몇 개의 절이 더해지면서 본래의 독일어 가사와 다소 다른 영어 가사의 노래가 탄생하게 되는데, 이 성가가 2번 성가의 유래가 되는 개신교 찬송가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인 것이다. 이 찬송가는 영국 선교사들이 식민지로 선교를 나갈 때 그곳에서 가르쳐주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로 퍼져 나갔고, 미국에서는 쉐아(George Beverly Shea)라는 미국 찬송가 가수를 통해 유명해졌다.

 

[평화신문, 2016년 1월 17일, 이상철 신부(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