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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6> 248번 한 생을 주님 위해 (하)

by 파스칼바이런 2016. 5. 21.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16> 248번 한 생을 주님 위해 (하)

이민자의 애환과 성모회가 탄생시킨 성가

평화신문 2016. 05. 15발행 [1364호]

 

 

▲ 가톨릭 성가 248번 ‘한 생을 주님 위해’ 악보.

 

 

본래 미국 이민자들이 즐기던 ‘거실 음악’에서 비롯된 가톨릭 성가 248번 ‘한 생을 주님 위해’란 성가는 오늘날 거의 모든 본당에 조직돼 있는 ‘성모회’와 깊은 관계가 있다.

 

‘성모성심회’는 1836년 테즈네트 신부에 의해 프랑스 파리 승리의 성모 대성당에서 처음 시작됐는데, 우리나라에서는 1846년 11월 2일에 페레올 주교에 의해 공주 수리치골에서 처음 조직됐다. 그 전통이 이어져 오늘날 각 본당 ‘성모회’로 자리 잡게 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1841년 필라델피아에서 ‘성모회’(Sodality of the Blessed Virgin)라는 이름의 단체가 조직됐다. ‘교우회’로 번역될 수 있는 ‘sodality’라는 용어는 ‘애덕회’ 혹은 ‘형제회’를 의미하는 ‘confraternity’라는 말과 함께 교회의 오랜 전통 안에서 신심과 애덕을 실천하고자 조직됐던 크고 작은 평신도 단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돼 왔다.

 

필라델피아의 요한 복음사가 성당에서 성모회를 창설했던 수린(E. Sourin) 신부와 바벨린(F. Barbelin) 신부는 이 단체의 교본을 함께 만들기도 했는데, 이 교본에는 회원들이 모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악보 없이 가사만 있는 성가들도 함께 수록했었다.

 

이들의 교본은 「거룩한 화환(The Sacred Wreath)」이란 이름으로 발행됐다. 이 가운데 1861년 출판된 교본에 작곡자 우드버리(Isaac B. Woodbury, 1819~1858)가 쓴 ‘사랑하는 어머니, 오 저를 위해 기도해 주세요’(Mother Dear, O, Pray for Me)라는 거실 음악 노래가 처음 성가로 수록된다. 이후 성모회 회원들은 이 노래에 등장하는 어머니를 성모님으로 바꿔 이 모임에서 부르기 시작했다.

 

본래 가사를 약간 수정해 불렀던 성가 가사는 이 모임에 참석했던 한 신자가 썼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하고, 수린 신부가 직접 붙였을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이는 마치 꾸르실료나 성령 기도회에서 세속 가요에 신앙적 가사를 붙여서 노래하고 있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로 지칭되는 이 방식은 오늘날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이처럼 성모회라는 신심 모임에서 함께 성모님께 기도하는 데에 적합한 노래를 찾던 중에 어머니께 바치는 이 노래를 성모님께 바치는 가사로 바꾸어 부르게 된 것이 248번 성가의 기원이다.

 

1863년에 세속 음악뿐 아니라 가톨릭 교회 음악에서도 이름을 알리던 작곡가 겸 출판가였던 피터스(William Cumming Peters, 1805~1866)가 펴낸 「피터스의 가톨릭 노래(Peter‘s Catholic Harp)」 성가집에 이 성가가 처음으로 악보와 함께 등장한다. 제목은 ‘오 동정이신 성모여, 저희를 위해 빌어주소서’(O Virgin Mother, pray for me)로 되어 있고, ‘성모회 노래’(Sodality Hymn)라는 부제가 달려 있으며, 도입 부분이 약간 변형되어 나타나는데 아마도 피터스가 새로 만들어 넣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같이 248번 성가는 미국 이민자들의 애환과 성모회라는 단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성가다. 사랑하는 친지와 가족, 그리고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고달픈 삶을 개척해 나가던 이민자들이 어머니를 통해 고단함과 시름을 잠시라도 잊고자 했던 애잔한 마음들이 녹아 있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