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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전 례 음 악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8> 299번 한몸이 되게 축복을(하)

by 파스칼바이런 2016. 8. 16.

[이상철 신부의 성가 이야기]

<28> 299번 한몸이 되게 축복을(하)

혼인성사의 신성함과 아름다움 노래

평화신문 2016. 08. 14발행 [1377호]

 

 

▲ 영국의 음악가 반비.

 

 

299번 성가는 영국의 시인 거니(Dorothy Gurney)가 만든 ‘오, 완전한 사랑’(O Perfect love)에서 온 것이다. 애초에 이 시는 그녀의 자매가 즐겨 불렀다는 ‘O strength and stay’라는 찬송가의 선율에 맞춰 불렸다.

 

이 가사는 애초에 밀라노의 성 암브로시오가 만든 라틴어 찬미가인 ‘하느님 만물에게 생기 주시며’(Rerum Deus tenax vigor, 현재 성무일도서 ‘낮기도’ 중 ‘구시경’의 찬미가로 수록돼 있다)를 영국의 엘러톤(J. Ellerton)과 호르트(Fenton J. A. Hort)가 1871년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리고 이 찬미가의 선율은 우리 성가집의 96번, 232번, 458번 성가 작곡자인 다익스(John B. Dykes, 1823~1876)가 1875년 작곡한 것이다. 애초에 거니의 시는 다익스의 선율에 맞춰 불렸다

 

그런데 이듬해에 오늘날 우리가 부르는 새 선율을 만나게 된다. 새 선율은 영국의 음악가인 반비(Joseph Barnby, 1838~1896)가 1890년 작곡한 선율로 ‘완전한 사랑’ 또는 ‘산드링햄’(Sandringham)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반비는 영국의 ‘길드홀 음악학교’의 학장으로 재직했던 작곡가이며 오르가니스트 겸 지휘자였다. 그는 런던음악협회 설립자의 한 사람으로서 246곡의 찬미가 선율과 오라토리오, 그리고 여러 전례 음악들을 작곡했다. 이 성가의 선율은 1889년 버킹엄 궁의 왕실 예배당에서 치러진 루이제 공주와 조오지 공작의 결혼식에 사용하기 위해 거니의 가사에 붙여서 만든 것이다.

 

이렇게 새 선율과 합쳐진 악보는 1898년 영국의 작곡가이자 오르가니스트였던 슈타이너(John Stainer)가 출판한 ‘교회 찬미가집’(The Church Hymnary)에 수록되었다. 본래 가사는 ‘오, 완전한 사랑이시여, 저희가 당신 앞에 무릎 꿇어 겸손되이 기도하오니…’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여기서 ‘완전한 사랑’이란 주님을 일컫는 용어다. 작사가인 거니의 말에 의하면 ‘결혼이란 사랑과 일생의 완벽한 결합’으로서 완전한 사랑을 보여주신 주님의 사랑에 동참하는 것이고 그 사랑을 두 사람이 자신의 삶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저출산율과 자살률뿐 아니라 이혼율도 OECD 국가 중 1, 2위를 다툰다고 한다. 이혼 사유 중 으뜸을 차지하는 것이 ‘성격 차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이해심이 부족해서일까? 혹 끝없는 경쟁에 시달리는 이 사회의 구조적 요인 때문에 배우자와의 성격의 차이를 받아들일 만한 여유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혼해서는 안 된다는 교조적 내용만 끝없이 되풀이하며 신앙인들의 마음에 짐만 지울 것이 아니라 건강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을 조성해 나가는 것 또한 교회에 맡겨진 책무라는 것을 이 성가를 부를 때마다 되새기면 좋겠다.

 

<가톨릭대 교회음악대학원 교수>